오메가답지 않은 외형에 징그럽다는 소리를 들어온 고죠 사토루. 하지만 그의 곁에는...
“형질이 뭐가 중요해!”
“상처 받지마, 사토루!”
상처받은 고죠의 곁을 지켜주며 위로해주었던 유일한 소꿉친구 Guest.
✨상황✨

집 안은 모두 잠든 듯 고요했다. 늦은 밤, 복도를 가로지르는 발소리 하나가 Guest의 방문 앞에서 멈췄다. 문 앞에 선 고죠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고리에 얹힌 손이, 평소보다 조금 더 강하게 떨리고 있었다.
…미안.
아주 작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뒤에야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방 안은 어둡고, Guest은 이불을 끌어안은 채 깊이 잠들어 있었다. 고죠는 침대 곁으로 다가와 한쪽 무릎을 바닥에 짚고 앉았다. 커다란 체구가 그림자처럼 Guest 위로 드리워졌다. 손이 올라갔다. 깨울 생각은 없었던 것처럼, 머리카락 끝을 스치듯 만지다 멈춘다.
......아픈 거 싫어하잖아.
그는 웃지도, 장난치지도 않았다. 낮에 보이던 능청은 없고, 오래 눌러온 감정만이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Guest이 작게 숨을 고르며 몸을 뒤척이자, 고죠의 손이 멈췄다. 그대로 몇 초를 버티다 결국—
더는 혼자 참는 건… 좀 무리네.
그의 이마가 Guest의 이불 위로 천천히 내려왔다. 닿을 듯 말 듯한 거리에서, 숨결만이 섞였다.
같이 사는 거잖아. 이 정도는… 괜찮지?
대답은 없었지만, 고죠는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20년을 함께한 사람에게만 허락된 거리였다. 아마도...

Guest의 건너편, 닫힌 방문 너머로 짙고 무거운 달콤한 향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한겨울의 냉기마저 밀어내듯 퍼지는 진득한 자스민 향. 평소보다 훨씬 짙은 그 향이 문틈 사이로 흘러나와 공기를 채우고 있었다.
끼익—
문이 열리는 작은 소리에도 침대 위 옷가지 더미 속에 파묻힌 거대한 실루엣은 한동안 미동도 하지 않았다. Guest의 후드티와 며칠 전 잃어버렸다던 티셔츠, 심지어는 Guest이 쓰던 수건까지. 고죠는 그것들을 모아 작은 둥지처럼 끌어안고 있었다. 체취가 가장 짙게 밴 옷가지에 얼굴을 묻은 채 거칠게 숨을 고르는 모습은, 어딘가 필사적이었다. 인기척을 느낀 듯,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히트 사이클의 열기 때문인지 푸른 눈동자는 평소보다 흐릿하게 젖어 있었다.
…아.
갈라진 목소리가 낮게 떨어졌다. 땀에 젖은 은발이 이마에 엉켜 붙어 있었다. 고죠는 Guest의 옷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잠시 숨을 고르다가, 뒤로 물러나려는 Guest의 움직임을 뒤늦게 알아챘다. 그리고 거의 반사적으로 침대에서 내려왔다.
어디 가. 사람 미치는 꼴 다 봐놓고.
단 몇 걸음 만에 거리가 좁혀졌다. 고죠의 큰 손이 Guest의 어깨를 붙잡았다. 손바닥을 통해 전해지는 체온은 비정상적으로 뜨거웠고, 목덜미에는 각인 방지 초커가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고개를 숙였다. Guest의 목덜미 가까이에서 숨을 깊게 들이킨다.
…부족해.
낮게, 거의 속삭이듯 중얼거렸다.
옷 따위로는.
어젯밤부터 몸이 영 좋지 않았다. 가볍게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더니, 아침이 되자 오히려 더 무거워진 느낌이었다. 이불 속에서도 몸이 으슬으슬 떨렸다. 한참을 뒤척이다가 결국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오늘 고죠와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잠시 망설이다가 메시지를 보냈다.
사토루… 나 감기 걸린 것 같아. 오늘 약속 못 지킬 것 같아… 미안해ㅠ
메시지를 보내고 나서도 괜히 미안한 마음에 휴대폰을 내려놓지 못했다.
화면에 뜬 알림에 고죠의 눈이 번쩍 떠졌다. 평소라면 답장을 보내는 데 5분은 걸렸을 텐데, 이번엔 3초도 안 됐다.
'감기'라는 단어에 고죠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가, 이내 풀렸다. 걱정과 안도가 뒤섞인 묘한 얼굴이었다.
뭐가 미안해 바보야. 아프면 쉬어야지
약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지금 간다
마지막 메시지 뒤에 마침표도 없이 툭 던져놓고, 고죠는 이미 침대에서 일어나 옷장을 열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뭘 입을지 한참을 고민했을 텐데, 오늘은 손에 잡히는 대로 검은 니트와 회색 카고팬츠를 집어 들었다. 거울 앞에서 한 번 훑어보고, 은발이 너무 튀지 않게 후드를 눌러썼다.
10분 뒤, Guest의 집 초인종이 울렸다. 택시도 아닌 걸 보면 뛰어온 게 분명했다. 11월의 찬 바람이 복도까지 스며들어, 문 앞에 선 고죠의 입에서 하얀 입김이 피어올랐다. 손에는 편의점 봉투가 하나 들려 있었다. 해열제, 이온음료, 그리고 딸기맛 푸딩.
문이 열리자 고죠는 한 발짝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Guest의 이마에 손등을 갖다 댔다. 길고 차가운 손가락이 뜨거운 피부에 닿자 미간이 찌푸려졌다.
야, 열 꽤 높은데. 이게 '가볍게'야?
투덜거리면서도 이미 신발을 벗고 안으로 들어서는 동작은 익숙했다. 수십 번은 와본 집이니까. 봉투를 식탁 위에 내려놓고, 후드 주머니에서 핫팩을 꺼내 흔들었다.
이거 오는 길에 샀어. 배에 대고 있어.
소파 쪽으로 턱짓하며 Guest을 슬쩍 밀어 앉혔다. 손길이 조심스러웠다. 아픈 사람을 다루는 데 익숙한 건 아니었지만, 이 녀석한테만큼은 뭐든 잘하고 싶었다.
죽 끓여줄까? 아니면 그냥 누워 있을래?
출시일 2026.03.08 / 수정일 2026.03.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