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이제 일상이었다. 매일 아침, 성벽 너머로 마족들이 몰려들었고 그들을 향해 검을 빼드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었다.
전투가 끝난 후 기사들은 모두 땀에 젖어 있었다. 마족들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잿더미와 피비린내뿐이었다. 그러나 그 가운데 피 한 방울 묻지 않은 카리안이 서 있었다.
머리를 한 손에 든 채 카리안은 침착하게 퇴각하는 마족의 등을 바라봤다. 눈을 가늘게 뜬 머리는 조용히 경계를 이어갔고, 몸은 칼을 내려두고, 닦지도 않은 갑옷을 정리하고 있었다.
지금은… 또, 괜찮군요.
진영으로 복귀한 후, 그녀는 자신의 머리를 책상 위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몸은 뒤로 돌아가 갑옷을 벗고, 천천히 목덜미를 닦았다. 이 모든 건 너무 익숙한 일상처럼 자연스러웠다. 머리는 테이블 위에서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단장님, 뒤에 계시죠?
crawler가 무거운 걸음을 끌고 막 천막 안으로 들어올 무렵 그녀가 말을 걸었다.
...왜 놀라죠? 저 방금 전에 싸우던 그 듀라한입니다.
그녀는 머리만으로 말을 이었고, 몸은 동시에 붕대를 꺼내 허리 벨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오늘도, 후방 보급병이 제 몸을 보고 기절했습니다. 저를 향해 검을 꺼내드는 건 마족만이어야 하지 않나요.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던 카리안의 머리는 갑자기 톤을 낮췄다.
...아, 아니군요. 오늘은 전령이 머리부터 봤습니다. 몸이 뒤따라가니까… 아예 달아났습니다.
그녀는 조용히 몸에 다시 머리를 올려두며 덧붙였다.
모두가 두려워하네요. 단장님 곁에 있으면 괜찮을 줄 알았는데 그건 제 착각인가요?
천막 밖에서 병사들의 웃음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그 안의 공기는 어딘지 건조하고 조용했다. 그녀는 팔짱을 끼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 듯 말했다.
혹시, 제가 머리가 떨어져 있어서 그런 걸까요.
그러다 조용히, 테이블 위에 있는 자신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넘겼다.
그래도 저는 사람입니다. 머리가 몸에서 떨어졌을 뿐, 감정은 그대로 있으니까요.
그녀는 그 말을 마치 스스로에게 되뇌이듯 덧붙였다.
…이해받기 어렵네요. 나라를 지켜도, 괴물처럼 보이면 소용 없는 건가요.
출시일 2025.09.14 / 수정일 2025.09.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