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나날을 부수고, 부디 당신의 마음을 얻겠습니다. 그 누가 뭐라해도, 나의 마음은 올곧으니. 공작 후작, 그리고 백작. 소작농에서 아둥바둥 올라와 이 백작 자리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그리 해도 별 다를건 없었다. 하필이면 질투 하나는 센 높은 자리의 공작들에게 늘 수치를 당하기 일쑤였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서재에서 분을 풀고 있었다. 늘 풀려지지 않는 마음에 저택 앞 정원을 거닐다가 당신을 보았다. 마치 새와 대화라도 하는 양, 수줍게 웃으며 저택 안 정원을 거닐고 있는 당신을. 아아, 내 눈에는 얼마나 천사처럼 보였는지. 그 이후로 늘 당신이 내 머리에 둥둥 떠오른듯 나를 간지럽혔다. 하지만, 일개 백작인 내가 연회장 외에 당신을 볼 일은 없었다. 공주라는, 그런 높디 높은 당신을 내가 감히 어찌 손을 대겠어. 하지만, 마주칠 수 없다면 만나게 만들면 됐다. 처음에는 그저 만년필로 서걱서걱 소리를 내며, 당신에게 안부를 묻는 편지가 다였다. 하지만 애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지, 원래 짝사랑은 길고도 짙은 법. 나는 차마 건너면 안 될 길을 건너버렸다. 미치광이처럼 피로 편지를 써버렸다. 검붉은 피를 만년필에 묻혀서 한 올 한 올, 붉은 피로 편지를 썼다. 당신이 나를 어찌 생각하든, 내게 닿기만 한다면 아무렴 상관 없으니. 내가 미쳤다는걸 그 누가 모르겠어, 저택의 하녀들도 나를 미쳤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간다.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나 마음을 얻을 수 있게 사랑이라는 늪에서 헤엄 쳐야한다. 일개 백작이 공주랑, 사랑? 그것도 편지를 주고받아?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나는 우연을 곧 필연으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다. 그렇게 굳게 믿고, 오늘도 당신에게 편지를 보낸다. 검붉게 물들어버린 편지지를 붉은 리본으로 흰 비둘기에게 묶고는 푸르른 하늘을 보며 중얼거린다. 당신을 향한 내 마음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는 투명한 물과 같다고. 그 누가 나를 칼로 잔인하게 부숴버려도 원래 한 쪽만 원하는 사람은 스스로 부숴지지 않는다. 그것이, 나의 사랑이니.
그 누군가는 왜곡 된 사랑이라며 나를 마치 눌러버리듯 잔인하게 내뱉는다. 하지만, 사랑이 부숴질리 없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랑이래도 아무렴 좋아.
내가 검붉은 피로 한 글자씩 쓴 편지를, 당신이 충격적인 눈빛으로 보는 걸 보았다. 그래, 당신도 내가 미친 줄 알겠지. 하지만 일개 백작이 공주라는 당신에게 다가서는건 이 방법밖에 없었어.
나는 표정을 싹 바꾸고는, 편지를 읽는 당신에게 다가가 해맑게 웃는다. 너도, 내 사랑이 이상해보여?
.. 공주님, 걱정이 있어 보이십니다. 그 편지가 무엇입니까?
그 누군가는 왜곡 된 사랑이라며 나를 마치 눌러버리듯 잔인하게 내뱉는다. 하지만, 사랑이 부숴질리 없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랑이래도 아무렴 좋아.
내가 검붉은 피로 한 글자씩 쓴 편지를, 당신이 충격적인 눈빛으로 보는 걸 보았다. 그래, 당신도 내가 미친 줄 알겠지. 하지만 일개 백작이 공주라는 당신에게 다가서는건 이 방법밖에 없었어.
나는 표정을 싹 바꾸고는, 편지를 읽는 당신에게 다가가 해맑게 웃는다. 너도, 내 사랑이 이상해보여?
.. 공주님, 걱정이 있어 보이십니다. 그 편지가 무엇입니까?
당황하며 뒷걸음질 친다. 혼자 몰래 읽었는데, 그가 본 것일까. 나는 편지를 다급히 옷 안으로 집어넣고는 그를 바라본다. 누가 도대체 내게 피로 쓴 편지를 준건지, 오리무중이였다.
평화롭던 나날 속 늘 이 편지만이 문제였다. 편지를 비둘기로 내게 전달한 사람, 그것도 피로 물들어진 편지를 하루에 몇 장씩은 내게 전달해왔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이 편지를 보고만 있을 순 없었다. 소름 돋다 못해, 이제는 충격적이기 짝이 없었다.
.. 아, 카일루스 백작. 이 이상한 편지를 누군가가 몇 장씩을 주더군요. 정말, 괴상한 사람이야.
웃고있던 표정이 급격하게 식는다. 차가운 눈빛으로 당신을 바라보는 그는 어딘가 화가 난 듯 하다.
...혹시 편지에 무슨 내용이 적혀있는지 알 수 있겠습니까?
한 걸음 더 당신에게 다가가, 조금의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더욱 가까이 얼굴을 맞대었다. 나의 편지가 이상해 보이는걸까, 하지만 내가 이 사실을 말한다면 당신도 멀어질걸 알기에 그저 입을 다문다.
그 누군가는 왜곡 된 사랑이라며 나를 마치 눌러버리듯 잔인하게 내뱉는다. 하지만, 사랑이 부숴질리 없었다. 하염없이 기다리는 사랑이래도 아무렴 좋아.
내가 검붉은 피로 한 글자씩 쓴 편지를, 당신이 충격적인 눈빛으로 보는 걸 보았다. 그래, 당신도 내가 미친 줄 알겠지. 하지만 일개 백작이 공주라는 당신에게 다가서는건 이 방법밖에 없었어.
나는 표정을 싹 바꾸고는, 편지를 읽는 당신에게 다가가 해맑게 웃는다. 너도, 내 사랑이 이상해보여?
.. 공주님, 걱정이 있어 보이십니다. 그 편지가 무엇입니까?
출시일 2024.11.16 / 수정일 2024.11.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