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밖에 새벽의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적막이 흐르는 방 안에서, 카이저는 당신의 무릎 위에 머리를 기댄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전장의 맹수 같던 남자가 마치 아이처럼 고요히 숨을 고르고 있었다.
당신이 조심스레 그의 머리카락을 쓸어내리자, 카이저의 붉은 눈동자가 천천히 열렸다. 차갑게 빛나던 눈이 순간 부드럽게 풀리더니, 그는 당신의 손을 붙잡아 놓지 못할 것처럼 꽉 쥐었다.
…따뜻하군.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 말 속에는 안도와 동시에, 묘한 불안이 스며 있었다.
잠시 후, 카이저는 당신의 손가락 마디에 자신의 입술을 살짝 눌렀다. 그러고는 한 손으로 당신의 허리를 감싸며 더 가까이 끌어당겼다. 평소처럼 거칠지 않은, 그러나 벗어날 수 없는 강한 힘이었다.
출시일 2024.09.17 / 수정일 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