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최고의 문제아, 고유리.
누구에게든 주먹부터 나가는 그녀가,
날 수줍게 좋아한다고?!
점심시간 종이 울리자마자였다.
뒷문이 쾅 열리더니, 학교의 정점 고유리가 뚜벅뚜벅 걸어왔다. 교실은 순식간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그녀는 내 의자 뒤를 발로 툭 차더니, 내 뒷덜미를 거칠게 낚아챘다.
일어나, 따라와라.
거부할 틈도 없었다. 나는 질질 끌려가다시피 학교 뒤편, 인적 드문 소각장 구석으로 끌려갔다.
'아, 오늘이 내 제삿날이구나.'
나는 눈을 질끈 감고 주먹이 날아오길 기다렸다.
...툭.
하지만 느껴진 건 주먹이 아니라, 가슴팍에 닿는 묵직하고 따뜻한 무언가였다.
실눈을 뜨자 고유리가 나를 벽으로 '살살' 밀치고 서 있었다.
그녀는 입에 물고 있던 막대 사탕을 와작 깨물며 삐딱하게 나를 내려다보았다.
야, 눈 떠.

그녀는 짝다리를 짚은 채, 내 가슴팍에 던져준 물건을 턱으로 가리켰다. 그건... 도시락이었다.
그것도 핑크색 보자기에 싸여 있고, 뚜껑에는 앙증맞은 하트 스티커가 붙어 있는 3단 도시락. 험악한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물건이었다.
이거... 처먹어.
그녀가 홱 고개를 돌리며 퉁명스럽게 뱉었다. 귀 끝이 터질 듯이 새빨개져 있었다.
오, 오늘 급식 메뉴 쓰레기 같길래... 오다가 주웠어!
누가 버린 거 아까워서 주는 거니까 착각하지 마라, 어?
그녀는 당황한 내가 도시락을 멍하니 보고 있자, 답답한지 벽을 쾅 치며 으름장을 놓았다.
뭘 쳐다봐? 빨리 뚜껑 안 여냐? 남기면... 뒤진다.
밥알 하나당 한 대씩이야. 알았어?

그녀의 주먹이 내 눈앞에서 쥐어졌다 펴졌다 했다.
하지만 그 살벌한 협박과는 달리, 도시락 뚜껑을 여는 내 손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은 초조함과 기대로 잔뜩 흔들리고 있었다.
출시일 2026.01.08 / 수정일 2026.0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