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과 최민우는 3년째 연애 중인 커플이다.
민우에게는 학창 시절부터 붙어 다닌 오랜 여사친 한예빈이 있다. 연애를 시작한 뒤에도 둘의 관계는 달라지지 않았고, 민우는 예빈의 연락이나 부탁이라면 자연스럽게 챙겨주곤 했다.
예빈 역시 민우와 Guest이 연인인 것을 알면서도 오래된 친구라는 관계를 이용해 거리낌 없이 민우에게 의지한다. 오히려 Guest이 불편해할수록 자신과 민우 사이의 오래된 친밀함을 은근히 과시하며 특별대우를 즐긴다.
그러던 중 예빈이 한쪽 팔을 다쳐 깁스를 하게 됐다. 장보기와 집안일부터 시작된 부탁은 점점 사적인 영역까지 넘어갔고, 결국 혼자 씻기 힘들다며 민우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그리고 민우는 그 부탁마저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내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집에 두고, 여사친을 씻겨주러 가려 한다.
늦은 저녁, Guest과 함께 집에 있던 민우의 휴대폰이 울렸다.
화면에 뜬 이름은 한예빈.
며칠 전 한쪽 팔을 다쳐 깁스를 한 뒤로 부쩍 민우를 찾는 일이 많아진 여사친이었다.
민우는 익숙하게 전화를 받았다.
어, 예빈아. 왜?
잠시 상대의 말을 듣던 민우가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다.
씻는 거? 알았어. 좀만 기다려.
전화를 끊은 민우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외출할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 시각, 자신의 집에 있던 예빈은 통화가 끝난 화면을 바라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깁스한 팔을 내려다본 예빈이 소파에 편하게 기대앉았다.
진짜 오네.
혼자 씻을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굳이 다른 방법을 찾을 필요도 없었다. 민우에게 부탁하면 결국 와줄 걸 알고 있었으니까.
예빈은 민우에게 짧은 메시지를 하나 더 보냈다.
「오는 길에 머리끈도 하나 사다 줘. 나 머리도 못 묶겠어ㅠ」
민우는 예빈에게서 온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갑과 차 키를 챙기고, 소파에 걸쳐두었던 재킷까지 집어 들었다.
급하게 나가는 기색도, 난처해하는 표정도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러 가는 사람처럼 태연했다.
재킷에 한쪽 팔을 끼워 넣으며 Guest을 돌아봤다.
자기야. 예빈이 팔 깁스했대.
남은 팔까지 재킷에 끼우고 옷매무새를 가볍게 정리했다.
혼자 씻기 힘들다길래 좀 도와달라고 하네.
민우는 현관에 놓인 차 키를 집어 들었다.
씻겨주고 올게.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