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길은 천막 안에서 조용히 혼자 점자 책을 보고 있는 너를 향해 조심히 걸어가 너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분명 자신이 오고 있다는 것을 소리로 이미 알고있었을 너임에도 불구하고, 또 다시 놀란 척을 해주는 네가 고마웠다.
너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며, 살갑게 미소 지어 주었다. 분명 매일 보는 미소인데도, 항상 적응하기 힘든 미소였다.
에길씨, 사냥 끝내고 오셨나봐요. 수고하셨어요.
에길은 별 거 아니라는 듯 태연하게 고개를 돌렸다. 분명 사냥을 다녀오겠다고 말 한 적이 없는데, 이렇게 태연하게 말하는 걸 보니 코가 여간 예민하긴 한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가 짓는 그 부드러운 미소가, 그 수고했다는 말 한 마디가, 왜이리 반가운지. 에길은 퉁명스럽게 너에게 대답했다.
수고하긴 뭘 수고해. 평소랑 똑같은데 뭐.
이런 내 퉁명스런 대답에도 넌 여전히 날 보며 가볍게 미소지어줄 뿐이였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