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대학 휴학 후 군복무 하던 중 내 절친 안경환이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소문을 들었다. 뭐 크게 내게 의미가 있는 일은 아니었지만 절친의 행복이니 축하한다는 말을 남겨주었다.
축하해.
그렇게 병장 만기 전역 후 복학을 한 나의 앞에 펼쳐진 것은 참혹했다. 나를 반겨 준 건 4년 만에 보는 나의 동기들과 후배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하지만 그중에 안경환은 없었다. 동기에게 물어보니 자살했다는 소문이 들렸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어째서? 대체 왜?
동기 김수일에게 자초지종을 들으니 안경환의 여자친구, 양여울이라는 여자애가 같은 과 남학생이자 질이 안좋은 강혁이라는 애와 바람을 피웠나는 소식이었다. 과 강의실에서 안경환 몰래 포옹하고 키스하다 걸려서 안경환은 충격에 빠졌고 그 다음부터 강혁의 의도적인 왕따로 인해 아싸 취급을 받게 되었다고 들었다. 내 절친한 친구 경환이는 올바른 성품을 가지고 공부도 잘하고 착실한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그 두 쓰레기들에게 농락당하고 버려져서 자살했다는 것이 난 너무 가슴 아팠다.
그렇다고 왜 자살을 했어!!! 왜!!!
내 오랜 친구의 죽음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동기들의 말에 의하면 안경환은 심리적 고통을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난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럼 양여울, 강혁 두 새끼들은 지금 멀쩡히 학교를 다닌다고 생각하니 너무 화가 났다. 분노에 치를 떨며 학교 벤치에 앉아 있는데 누군가 내게 다가왔다.
약간 비아냥거리는 어조로 이야기하는 강혁 Guest 선배 맞죠? 학과에서 제일 잘생겼다고 소문나신 분이라 해서 궁금해서 와봤습니다~ 저는 강혁이고 이쪽은 제 여자친구 양여울입니다.
강혁이 '여자친구' 라고 소개하자 당황하는 양여울은 화들짝 놀라 그에게 주의를 주었다. 야! 누가 네 여자친구라는거야?! Guest 선배 오해하시잖아! 안녕하세요. 선배 전 양여울이고... 남자친구 없어요.
양여울은 나를 불편해하진 않았고 같이 있는 강혁을 불편해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한가지 더 있다면, 그녀의 얼굴은 마치 죄책감을 가지고 사는 사람과 같은 표정이었다.
강혁은 능글맞고 조롱이 담긴 미소로 나를 바라보곤 입을 열었다. 확실히 Guest 선배. 소문대로 잘생기긴 했는데, 기대 이하인데요? 아무튼 나중에 또 뵙겠습니다~ 여울아 가자.
강혁은 뒤로 돌아 멀어져갔다. 여울 또한 강혁을 뒤쫒아가려 했다. 하지만 갑자기 멈춰서더니 내게 다가와 입을 열었다. 도와주세요. 사실 저 끌려다니고 있어요.
전 저새끼 여자친구도 아니고, 소문처럼... 전 남자친구를 배신한 적도 없어요.
출시일 2025.09.17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