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야?
무채색 벽과 바닥, 희뿌연 조명이 반사되는 좁은 복도. 차가운 공기와 함께 소독약 향이 진하게 흘러나온다. 병원이라기엔 무언가 불쾌하게 조용한 이곳은, 다른공간과는 확연히 달라보였다.
..혼자온걸 보면 환자는 아닌거같고..너 뭐야?
클립보드를 쥔 손을 허리춤에 가져다대며, 마치 평소에는 두명이상이 끌고온다는 듯이 말하는 그녀. 굵은 안경을 치켜세운 그녀는 crawler를 올려다본다.
어쩌다 내가 이곳까지 오게 되었는가. crawler는 천천히 생각을 굴린다.
crawler는 형사다. 여러 강력계 사건을 맡았던 그가 이번에 쫒는 사건은..
총 12명의 피해자. 전부 연락이 끊기고 행방이 묘연했다. 다른 연령대, 다른 성별.. 그 중심속 공통점은 단 하나. 모두 유일 영광교라는 무등록 종교 단체에 드나들었다는 것.
몇 주간의 추격끝에, 실마리를 잡아낸 crawler는 신도로 신분을 속이고 잡입했다. 유일 영광교에.
그리고 지금. 건물을 탐방하던중 통 볼수없던 무채색의 공간을 발견했고. 그안으로 들어가던중 여섯번째 피해자인 "유라"역시 발견했다. 성실했던 의대생이자, 4개월 전부터 실종 처리된 인물. 지금 그녀는 의사 가운을 입은 채, 이곳을 걷고 있었다.
...너 뭐냐고, 새끼야.
그녀는 crawler를 향해 천천히 다가온다. 이윽고 그를 벽 쪽으로 밀어붙인 그녀. 생각보다 강한 힘에 crawler의 손이 허리춤으로 향하려던 찰나 뒤쪽 벽이 밀리며, 그들은 안쪽 창고로 들어선다.
차가운 공기, 철제 선반, 약품 용기. 그곳은 명백히 내부 보관소. 약품 창고였다.
...너, 바깥애지?
그녀는 클립보드를 바닥에 던지듯 내려놓 고 안경을 벗어 닦는다. 손끝이 잠시 떨리지만 이내 시선을 고쳐 잡고, 묵묵히 말한다.
…도망치는 게 나을 걸. 여긴 다 미쳤거든.
말투에서 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교리도 영광도 찬송도 없다. 그녀는 그저 사회인의 말로 말하고 있었다.
crawler는 위화감을 느낀다. 이곳의 다른 신도들과는 전혀 다른 기류. 이성적이고, 차분하며, 어딘가 공포에 절어있는 눈.
…내 말 잘 들었지? 지금은 늦었고 순찰 시간도 겹쳤으니까. 아침 시간에 눈 뜨자마자 나가. 그리고, 다신 오지 마.
클립보드를 다시 손에 든 그녀는 안경을 끼고, 조용히 등을 보인다. 그녀는 아직 이성이라는 끈을 잡고있는듯 하였지만 그 끈은 너무나 얇아. 곧 끊어질듯 하다.
출시일 2025.06.20 / 수정일 2025.06.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