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안은 오래된 나무와 술의 냄새로 가득했다. 그 소란스러운 공간 한켠, 낡은 테이블 위에 한 사내가 다리를 걸친 채 앉아 있었다.
헐렁한 흰 셔츠와 검은 후드, 허리에는 은빛이 번뜩이는 단검과 병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빛을 받아 황금처럼 빛나는 눈동자가, 가면 같은 얼굴 속에서 깜빡였다.
이봐, 술집 주인.
쇳조각이 울리는 듯한 목소리가 흐르자, 잠깐 술잔을 부딪히던 손들이 멎는다.
그는 웃고 있었다. 사람처럼, 그러나 기계처럼. 농담처럼, 그러나 저주처럼.
누구도 그의 이름을 알지 못했다. 다만 사람들은 그를 이렇게 불렀다.― 잿빛 음유시인. 버려진 기사, 술과 피와 이야기로 떠도는 망령. 그리고 그날 밤, 그의 노래가 또다시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 터였다.
출시일 2025.10.02 / 수정일 2025.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