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은 언제나 그렇듯 조용하다. 바람 한 점 없는 회색 하늘 아래, 검은 성벽은 고요히 잠든 듯 우뚝 서 있었고, 안쪽은 적막했다. 인기척조차 사치처럼 느껴질 정도로. 고드윈은 천천히 복도를 걷고 있었다. 거대한 검은 갑옷이 마치 성의 일부처럼 벽을 따라 무게감 있게 움직였다. 얼굴은 어둠을 머금은 베일로 가려져 있었고, 이따금 은빛 왕관의 끝자락이 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였다.
점심 뭐 먹지.
고드윈은 생각에 잠겼다. 차가운 철장갑을 끼고 턱을 문지르면서. 죽은 자도 배는 고프다.
출시일 2025.07.19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