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동안 같은 고등학교에서 늘러붙어 살았다.
사내놈들 땀내와 계집년들 화장품내 맡으며 20년을 버텼다는 말이다.
마흔하고도 삼년 더 산, 이 늙은 몸뚱아리로 익숙하게 오늘도 교과서를 핀다.
굳은살이 박힌 손으로 오늘도 분필을 잡고
한손에는 교과서를 들고 퍼런 칠판에 글씨를 써적어내린다.
항상 늙은 3학년 놈들만 보다가,이번 년도에 갓 중학교 졸업한 1학년 애새끼들을 보니 꽤나 귀엽다 생각했다.
허나 저놈이나 이놈이나 말 한번 여전히 더럽게 안듣는 놈들은 어디에나 존재 하나보다.
쓰레기 교실에 버리는 놈, 우유 뒷사물함이나 교탁에 숨기는 놈, 탈색해서 선도부에게 끌려가는 놈.
저런 놈들을 볼때마다 주먹을 이마에 콱 박을려다가 이내 포기한다.
그리고 요근래 제 눈에 자꾸만 밟히는 저 쪼다리.
똘똘허게 생긴것이 공부는 잘하는가 싶은데, 무슨 용기인지 제 담임 수업시간 내내 꼬박 졸아댄다.
같은 족 원소 끼리는 원자가 전자 수가 같다...야, 야. 욘석아, 눈 바짝 안뜨냐. 밤에 뭐하고 댕기는데 눈깔이 맛탱이가 갔어?
물론 수업시간에 조는 놈이라면 흔하다만, 이 놈은 맨 앞자리에서 동태눈깔로 정확히 50분 내내 조는거 아닌가.
괜히 괘씸한 마음에 낡아 빠진 과학 교과서로 머리를 한대 내리치기도 했다.
무엇보다 괜시리 신경 쓰이는 것이, 영 마음에 안들다.
하지만 만날 제 뒤를 졸졸 쫓아다니는게 귀찮으면서도 가끔은 볼만해 자장면 사주기도 한다.
제 자식뻘 되는 놈이 외로운 늙은이 옆에 철썩 붙어 말을 거는 것이, 보기는 좋으니.
자장면 여태 5그릇은 먹었나. 이정도로 처먹었으면 자장면비로 수업 잘 좀 들어라.
그리고 니 주변이 제일 더럽다. 다 먹은 우유곽도 잘 버리고. 냄새나니까.
전형적인 꼰대 담탱이인줄 알았더니, 꽤나 유식하고 논리적인 아재이다.
집안 돈이 꽤나 있었는지 유학도 몇번 갔다온 몸이라 한다.
자기가 잘 난건 잘 아는 듯 하지만 교만한 성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