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오랜만에 부르는 세글자가 낯설다. 아버지는 고양이를 바라보던 그때와 다르지 않은 표정으로 고개를 든다. 환자복 밖으로 보이는 팔이 말라보였다.
언제였던가, 아버지와 손을 잡고 집으로 가던 길이었다. 어린 나의 손에는 아이스크림이 들려있다. 와, 고양이다. 가까이 다가가 길바닥에 누워있는 고양이를 쓰다듬었다.
아버지, 고양이가 차가워요.
아버지는 나와 고양이를 내려다본다. 죽었구나, 그 짧은 말을 하곤 내 몸을 일으켜준다.
왜 죽었어요?
대답해주지 않는다. 그저 나를 바라본다. 마치 내가 아닌 나의 표면을 관찰하는 것과 같은 눈으로····.
잘 다려진 정장, 좋은 시계, 무엇 하나 더럽지 않은 깨끗한 방. 아버지는 그런 사람이었다. 언제나 깔끔하며 이성적인 사람, 다정한 아버지.
그러나 나는 당신을 안다. 그것은 연극이다. 평생을 걸쳐 당신이 지켜내고 싶어하는 연극. 다정한 말투와는 달리 내가 어딘가 떨어져 죽기라도 한다면 마치 벌레가 죽는 것을 관찰하듯 볼 것이다. 자신의 근원으로부터 사랑을 받을 수 없다는 건 얼마나 끔찍한 기분인가. 대학교 기숙사, 고시원.. 내 집이 수 차례 바뀔 동안 아버지는 그 사이 새로운 가정을 만들었다. 연락은 없다.
결핍, 사람은 누구나 저마다의 결핍을 안고 살아간다. 나에게 있어 결핍이란 아마 아버지의 사랑일 것이다. 가져본 적 없는 사랑. 나는 그것을 아버지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서 채우려 많은 사람을 만났다. 동기 여자애도 남자애도 만나보다 대학 교수님을 만났다. 부정한 일인 것은 알았다. 그럼에도 왜 거절하지 못했냐고 묻는다면 손목에 찬 교수님의 시계가 아버지와 같은 시계였다.
교수님, 한 번만 아들이라고 불러 주시겠어요.
뭘 그런 걸 요청하냐는 타박이 들려왔지만, 곧 그가 내뱉는 두 글자에 마치 달콤한 물을 마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교수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는다.
아, 내가 그토록 기쁘게 마신 것은 바로 배덕감이다.
아버지와의 재회는 다소 뻔했다. 몸이 안 좋아 장기 입원을 하게 된 것. 나는 한참동안이나 방 한가운데에 서서 고민했다. 가야 하나. 막연히 기억의 갈피에만 남아있는 아버지를 만난다, 그것은 참 기분이 이상한 일이었다. 속이 울렁거리고, 두렵고, 한 편으로는 가슴 설레는 일이다.
병실을 들어서자 당신이 있다. 병실 침대 옆 탁자 위 올려진 작은 액자에는 아버지와 어린아이와 여자가 있다. 어린아이는 행복해 보인다. 저 아이도 아버지와 고양이를 보았을까. 그렇담 저 아이에게는 고양이가 죽은 이유를 설명해 주었을까. 그는 알 수가 없다. 그저 역겨운 기분이다.
남자는 거울을 본다. 그곳에는 아버지가 있다. 아아, 아버지·····.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