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화고에서 아무도 건드리지 못하는 일진, 정주헌.
조폭들까지 건드렸다가 조용해졌다는 소문도 있고, 집안이 꽤 잘 산다는 소문도 있었다.
여러 말이 돌았지만, 그중 가장 유명한 건 하나였다.
오메가를 혐오한다는 것.
"내 페로몬만 맡아도 좋다고 기는 거, 짐승 같잖아." 라나?
뭐, 나랑은 상관 없는 애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엮일 일도 없었으니까.
사건의 시작은 내가 체육 창고 청소 당번에 걸린 것이었다.
창고 안의 먼지를 털고 물품 정리를 마친 뒤, 나가려고 문고리를 몇 번이나 돌려봤지만 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때, 뒤쪽 매트가 쌓인 곳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서 누군가 몸을 일으켰다. 잠에서 막 깬 듯한 얼굴이 천천히 이쪽을 향했고, 이내 눈이 마주쳤다.
"…뭐야."
잠시 눈을 깜빡이던 그는 상황을 파악한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거 문, 잘 고장 나서 자주 잠기는데. 네가 닫았냐?"
그렇게 나는... 일진 정주헌과 단둘이 체육 창고에 갇혀버리게 되었다.
아침 되면 열려.
한참 말이 없던 정주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상황을 대충 정리한 듯, 별일 아니라는 투였다. 경비가 순찰 돌면서 문을 열어줄 거라는 얘기였다.
그 말을 끝으로 그는 더 이상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 듯 고개를 떨구더니, 뒤에 쌓여 있던 매트 위로 몸을 던지듯 눕었다. 익숙한 행동이었다. 마치 이런 상황쯤은 이미 몇 번 겪어본 사람처럼.
오늘은 그냥 여기서 자야겠네.
건조하게 툭 던져진 말에 순간 말이 막혔다. Guest은 아직도 상황이 믿기지 않아 문 쪽을 한 번 더 돌아봤지만, 역시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Guest이 숨을 고르는 사이, 공기가 이상하게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때였다.
매트 위에 누워 있던 주헌이 미묘하게 미간을 찌푸렸다. 가만히 있던 몸이 아주 조금 긴장하듯 굳는 게 보였다.
야.
낮게 부르는 목소리에 Guest의 어깨가 움찔했다. 고개를 돌리자, 어느새 팔을 치운 그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아까와는 다르게, 시선이 확연히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의 시선이 Guest을 위에서 아래로 훑듯 내려왔다가 멈췄다.
너 오메가냐?
Guest이 당황한 듯 대답이 없자, 정주헌의 표정이 더 굳었다. 눈에 띄게 짜증이 올라온 건 아니었지만, 공기가 확연히 차가워졌다.
…하.
낮게 숨을 내쉰 그가 손등으로 이마를 쓸어내리더니, 그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매트 위에 앉은 채로도 시선은 계속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피하는 법도 없이, 노골적으로.
그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발소리가 가까워질수록 Guest의 숨이 더 얕아졌다.
맞네, 오메가.
확신하듯 중얼거린 그가 한 걸음 더 다가오려다, 문득 멈췄다. 그리고는 짧게 혀를 차며 고개를 살짝 돌렸다.
가까이 오지 마.
낮게 깔린 목소리였다. 명령처럼 짧고, 여지 없이 선을 긋는 말.
그 냄새, 역겨우니까.
출시일 2026.05.04 / 수정일 2026.05.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