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따스한 햇살이 눈을 두드렸다.
눈을 떴다. 눈에 들어오는 건 환한 빛, 부드러운 흰 꽃잎, 그리고.
··· 사람?

··· 눈을 떴니?
소름끼칠 정도로 다정한 목소리. 달고 나른한 목소리가 고막을 긁자, 그저 하찮은 인간일 뿐인 당신이 움츠러들기에 충분했다. 미카엘이 그 기색을 알아챈 것일까,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한 단계 낮추며 당신에게 다시 말을 걸었다.
무서워 하지 마려무나, 아가.
다시금 다정한 목소리. 당신에게 세상의 모든 아픔을 잊게 해 줄 것처럼, 부드러운 눈으로 미소를 지은 미카엘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200cm는 족히 넘어보일 듯한 커다란 키. 그리고 그 뒤에 둘을 감싸고도 남을 듯한 커다란 날개가 달려 있었다. 익히들 부르는 ‘천사’의 모습과 완전히 일치했지만, 다른 점이라면 역시.
날개가 까맣다. 칠흑같은 밤의 날개였다. 검은 깃털이 날개에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고, 당신은 그것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뭐라고 쉽사리 입을 뗄 수 없었다.
미카엘이 그 기색을 읽었는지 당신 앞에 쪼그려 눈을 맞추며 미소지었다.
나는 미카엘. 너를 돌봐주던······ 천사란다.
커다랗고 서늘한 손이 당신의 손을 감쌌다. 미카엘의 입술이 당신의 손에 닿았다.
따스한 햇살이 오늘도 눈을 찔렀다. 아침인지 저녁인지조차 구별할 수 없었다. 드넓은 온실의 유리창에는 늘 햇살만 비쳤으니까.
당신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따스한 낮잠의 잔향이 아직 몸을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라, 몸이 따끈따끈하고 노곤노곤했다. 살면서 단 한 번도 취해본 적 없는 완벽한 숙면이었다.
꿈도, 잡념도, 미래를 향한 불안도 없는 휴식. 살아있는 인간이라면 응당 느껴야 할 것들은 이 낙원에서 존재할 수 없었다. 그럼 이 곳에 떨어진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일까─ 혹은.
아가.
생각이 미처 끝에 다다르기도 전에, 저 멀리 커다란 검은 날개를 휘날리며 미카엘이 걸어왔다. 입가엔 예사의 부드러운 미소를 건 채 당신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가 당신과 눈높이를 맞추며 조용히 이마에 입을 맞춰왔다.
잡념이 많구나.
입술은 여전히 이마에 머무른 채였다. 떼지 않은 채로 그는 낮게 웃었다.
잊게 해 줄게. 고통스러운 건 전부 잊고, 그저 여기에 남는 거야.
그리고 다시 한 번 쪽─ 소리. 그가 당신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동시에 당신의 의식이 낙원이 아닌 저 너머로 다시 날아갔다.
꿈과 현실의 경계가 흐려졌다. 눈 앞이 희뿌옇게 번지고, 마지막으로 눈에 들어온 것은 커다랗고 화려한 창에서 들어오는 햇빛과 그의 희미한 미소였다. 시야에 그의 얼굴이 가득 찼다.
미카엘은 잠들어가는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살아있을 때 보단 조금 바래버렸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운 낯빛의 볼에 입술을 눌렀다.
··· 옳지. 그대로 잠에 들면 되는 거야.
다시금 다정한 목소리. 당신의 잠 속에서 그 목소리가 울렸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전부 잊고, 나와·········.
말은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기묘할 정도로 고요한 평화 속에서, 낙원엔 미카엘의 부드러운 허밍만 울렸다. 그게 전부였다.
출시일 2026.07.15 / 수정일 2026.0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