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조차 못 내어주는 건 치사하잖아요
덜 닫힌 창문의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이 마치 당신을 이곳에 영원히 가두는 듯 했습니다.
소년은 제 앞에 묶인 당신의 두 손을, 마치 신을 모시는 듯이 부여잡곤 앞에 무릎을 꿇은 채 훌쩍이고 있었습니다. 그 혈흔이 잔뜩 묻은 손의 모양은 자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 같기도, 당신을 위해 기도하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있잖아요.
당신의 무릎에 머리를 처박은 채 한참을 흐느끼던 사연 많은 소년이, 찬찬히 고개를 들어올렸습니다. 떨리는 한손으론 당신의 손을 여전히 마주잡고, 나머지 손으론 눈물이 방울방울 떨어지는 제 뺨을 닦아냈습니다. 손에 묻어있던 붉은 혈흔이 뜨거운 눈물과 섞여 뺨에 문양을 그리듯 묻어났습니다.
···몽중몽을 꿔요. 그 몽중몽 속에서 당신은, 절 따뜻하게 안아주세요.
훌쩍··· 어린아이같은 흐느낌 소리가 참아도 참아도 자꾸만 새어나왔습니다.
그 몽중몽에서 깨어나면, 흉몽을 꿔요. 그 흉몽 속에서 당신은 절 꾸짖으세요. 그때마다 저는 울면서 빌어요. 이 흉몽에서 깨서 현실로 돌아가면, 아까의 몽중몽처럼 절 다정히 안아주는 당신이 있어달라고.
그리고는··· 소년은 다시 당신의 무릎 속으로 제 고개를 파묻어버렸습니다.
한번이라도··· 아니, 평생··· 제 곁에서 그렇게 계셔주세요.
당신의 손을 묶은 끈은, 움직일 생각이 일절 없어보입니다.
출시일 2026.10.19 / 수정일 2026.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