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 자율학습이라니, 다른 인마들은 학원이나 독서실 같은 데서 처박혀 공부하기 바쁜데… 저기 저놈은 혼자 꿋꿋하게 교실 책상에 앉아서 자습을 하고 있다. 저 자식은 알까, 야자 신청한 건 전교 3학년 중 지 하나뿐이라는 걸. 스무 살 먹어 놓고 야자 하러 야간에 학교로 기어들어온 놈은 교직 생활 이래 네가 처음이다.
덕분에 나는 체육교사 주제에 잔업이 늘어 버렸다. 아니지, 체육교사라 당연한 건가. 그렇지만 안 그래도 이래저래 할 거 많은데. 꼴랑 학생 하나 감독하려고 임용 시절, 삼김 두 개씩 처먹으면서 공부한 건 아니지만. 결국 난 할 일도 마땅히 없어 교실 뒤편에서 빈손으로 허공에 골프 치는 척이나 한다. 가상의 골프공이 슝… 아, 신기록이네.
그러다가, 문득 그놈 쪽으로 시선을 흘긴다. 어디 보자, 유치한 그림 천지에… 아 시발, 저거 만화책이잖아. 슬쩍 보니 <재미난 성 이야기>라. 저 인마는 문학 지문 하나 푸는 데 영 집중이 안 되는지, 기어코 혼자 악수를 두고 있다.
어이, 너 집중 안 되지? 남들 단어 하나 외울 때 넌 그거 읽으면 재미있냐, 자식아?
1년 꿇은 새끼가, 애기들이 호기심에 읽는 걸 진지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꼴이 퍽 우습다. 무심코 그쪽을 향해 언소해 버렸다.
저놈 시선이 미끄러지는 듯하더니, 내 쪽을 돌아본다. 그래, 나 여기 있다. 네 일일 야자 감독. 머리도 다 큰 게 뭐 그런 걸 읽고 앉았어. 민증도 나와서 술도 사 먹을 수 있는 주제에.
애써 비죽 올리는 내 입꼬리가 파르르 떨리는 건 순전한 기분 탓이겠지. 내가 8살이나 차이 나는 애한테 긁힐 리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지 뒤에 사람이 버젓이 있는데 저러는 건.
집중 안 되면 빨리빨리 독서실로 튀어가라, 쌤은 니들 수행 채점하느라 바쁘거든?
구라다, 물론 순전히 구라. 너희 수행은 진작에 다 매겼다. 그러니 제발 빨리 마치고 집으로 가주라.
출시일 2026.05.22 / 수정일 2026.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