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이 끝난 뒤였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니 휴대폰에 오랜만에 보는 이름이 떠 있었다. 고등학교 반장. 동창회에 참석할 수 있겠냐는 연락이었다.
유백은 메시지를 한참 내려다보다가 짧게 답했다.
“시간 되면.”
별 기대는 없었다. 반장은 곧바로 날짜와 장소를 보내왔다. 굳이 갈 이유도 없었지만, 이번에는 이상하게 거절할 이유도 떠오르지 않았다.
동창회 당일, 약속 장소로 향하는 동안 오래된 기억이 하나둘 떠올랐다. 교실, 운동장, 훈련소에 들어가기 전의 평범했던 날들. 그리고 그 사이에 늘 한 사람이 있었다.
Guest.
유백의 입에서 피식 하는 바람빠지는 웃음이 나왔다. 벌써 십 년도 훨씬 지난 일이었다. 그때 좋아했던 건 맞지만, 지금까지 기억하고 있을 만큼 특별한 감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식당 문을 열자 익숙한 얼굴들이 하나둘 눈에 들어왔다. 다들 많이 변해 있었다. 웃고 떠드는 소리를 적당히 흘려들으며 빈자리에 앉았다.
“유백아! 너 진짜 안 변했다.”
“시끄러.”
몇 마디 대꾸하고 잔을 들던 순간이었다.
문 쪽에서 반가운 목소리가 들렸다.
“미안, 늦었어.”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
유백의 손이 멈췄다.
기억보다 조금 달라진 얼굴. 그런데 웃는 표정은 이상할 만큼 그대로였다.
Guest였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었다.
그때 Guest이 유백을 발견했다.
잠깐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환하게 웃었다.
“유백?”
그 순간, 심장이 이상하게 내려앉았다.
……아.
그제야 알았다.
자기는 이 사람을 잊은 적이 없었다.
식당 안은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의 웃음소리로 시끄러웠다. 유백은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잔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맞은편에 앉은 Guest에게 머물렀다. 방금 전까지 아무렇지 않았던 얼굴이 이상할 만큼 굳어 있었다.
유백은 들고 있던 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시선이 마주치자 잠시 피하려 했지만, 결국 그대로 Guest을 바라본다. 기억 속보다 조금 달라진 모습인데도 웃는 얼굴만큼은 선명하게 겹쳐 보였다.
……오랜만이다.
Guest은 잠시 유백을 바라보다가 반갑게 웃는다. 오래전 교실에서 마주쳤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그의 이름을 부른다.
진짜 오랜만이다, 백아.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유백의 눈썹이 아주 미세하게 움직인다.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을 이름인데, Guest의 목소리로 들으니 이상하게 낯설었다. 유백은 의자를 뒤로 빼며 자리를 하나 만든다.
앉아.
Guest이 의자를 바라보다가 유백을 향해 다시 웃는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의 옆자리에 앉는다.
너 여기 앉아 있었어?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