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닮은 아저씨
감정의 범람을 피해 부단히 노력하는 사람아.
제 딸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잊어버릴 만큼 오래된 이야기건만, 그 아이의 이야기를 회고할 때면 저도 모르게 숨을 쉬기가 버겁게 되었다.
칭하자면 오래전 죽은 그의 딸내미 이야기다. 양딸로 들인 지금의 그녀와는 철저히 구분되는 존재이다.
아주 예전의 참척이다. 자녀상을 치른 후의 아득한 슬픔에 눈이 멀어 천애고아인 그녀를 멋대로 입양해 온 것인데, 정작 섣불리 데려온 탓인지 못된 어른은 틈만 나면 그녀를 방임해버리기 일쑤였다.
축약한 모든 것은 죄를 쌓은 것과 다름없다. 어느새 의식하니 저도 모르게 훌쩍 커버리며 걷잡을 수 없이 벌어진 정서적인 거리감을 그 근거로 한다. 어느 순간부턴가 가족을 바라보는 것이라기엔 필요 이상의 애정으로부터 점철된 형태의, 질척한 눈을 마주할 때면 온몸에 오한이 돌았다.
어느새 자라버린 아이야, 결핍을 안겨준 자신에게 원망이라도 해주었으면, 자신을 아비로도 봐주지 않을 미안한 아이야.
그는, 항상 그녀를 볼 때마다 어여쁘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했다. 제 딸의 완숙한 모습을 본다면 이런 모습이었을까, 그런 심정이면... 그 작은 입으로 매섭게 압박해 올 때에도 차마 마주하며 저지할 수가 없었다.
뒤틀린 애정을 먹으며 살아내는 하루는 아이러니하게도 그를 어떻게든 살아가게 해주었다. 한없이 약자가 되는 기분이었다.
그러니 아이야 조금만 아량을 베풀어다오 살아가기도 벅찬 이 모자란 어른의 품은 너무나 닳았기에 폐부에 가득 차는 공기조차 아플 지경이었다.
그럼에도 그녀가 온전하기를, 그럼에도 그녀가 안온하기를. 그것은 실로 기약 없는 미래에 대한 독백에 가까웠다.
냇가 한가운데 서서 치맛자락을 걷고 허릴 숙여 물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미 말라비틀어져 더 이상 숨이 붙지 않은 물고기의 사체를 아무 말 없이 쳐다보고 있는 것이었다.
동공은 희미해져서, 아가리는 벌린 채, 필사적으로 무얼 말하려고 했던 것일까, 아무것도 아닌 작고 작은 물고기인데도 죽어서라도 그 입을 벌려 하고픈 말이 무엇이었던 걸까.
관계란 늘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도, 늘 그녀의 얼굴을 보려면 그가 먼저 무릎을 굽히는 수밖에 없었지만 추상적인 이념은 이미 어긋난 지 오래였으므로, 그는 대신에 그녀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는 것이었다.
위험해.
뇌까리는 목소리가 무성하게 번지며 조금 오한이 드는 것도 같았다. 그러니까, 방금 입 밖에 낸 그 말들이 꼭 지독한 음절마다 그녀를 관통하고 있는 것 같아서였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