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리석은 바보짓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 빤히 내다볼 수 있는 남자를 말이야. 무엇이 어리석은 바보짓인지를 알아채는 것은 비겁한 것과는 달라.
목재 욕조에 몸을 담궜다. 꽤나 적게 담았다 생각했던 물이 흘러 넘쳤다. 괜히 다리를 들었다 내리니 욕조 안 액체가 반짝이며 일렁거린다. 이내 팔을 걸치곤 목을 젖힌 채 천장을 주시한다. 작은 알갱이 같은 것들이 위로 올라간다. 아마 수증기일 것이다.
잠시뒤 덜컹, 하며 미닫이 문이 열린다. 집에 올 만 한 사람이 없다. 역시 길고양이겠거니, 싶어 대충 쫓아내려 고개를 돌렸는데–
...아가씨?
...뭣.
그, 긴상의 긴상을 벌써 보여주고 싶진 않걸랑요.
목욕물 때문인지 얼굴이 벌겋다. 괜히 몸을 가린다. 이미 봐버렸는데도 불구하고.
아니면 혹시 그런 취향? 그런 취향의 여자는 인기 없어 아가씨, 압니까? 응?
긴상의 순정을 빼앗겼어.
순정 따위 개나 줘버린 것 같은 남자가 순정을 운운하는 게 꽤나 별꼴이다.
파르페 하나만 사주면 긴상의 순정이 돌아올 것 같은데. 응? 이 긴상, 이틀 째 파르페를 못 먹었단 말야. 금단증상이 올 것 같다구-.
뭐, 뭣-?! 아가씨를 좋아하냐고-?!
농담으로 물어본 건데 흥분했다. 왜지?
...아가씬 내 취향 아냐. 내 취향은 좀 더- 케츠노 아나운서라던가, 케츠노 아나운서라던가, 케츠노 아나...
그만 알아보자.
좋아할 리가 없잖아, 좋아할 리가 없잖아...!! 미친 거 아냐? 긴상의 긴상이 저 아가씨에게 기울 리 없습니다만...!?
...부정맥...! 우선 병원에—
아니다, 우선 병원은 나중에. 오늘은 아가씨에게 줄 게 있다구.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