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 초침 소리, 책 넘기는 소리. 두명분의 숨소리와 또 한 번 책 넘기는 소리. 방 안에선 적막과 그의 분주히 움직이는 시선만이 빙빙 감돌았다. 길게 숨을 내뱉으며 다리를 모으고 정면을 보다가, 스륵 움직여서 미동없이 책만 보는 그녀를 보다가. 심심해 죽는건지 뭔지.
그러다 소파 구석에 웅크려 책에 시선을 고정하는 그녀에게 슬쩍 다가와 눈을 가늘게 떠 그녀를 노려본다. 그렇게 얼마정도 있다가 더는 못 참겠는지 그 책을 세게 붙잡고는 놀라 고개를 돌린 그녀에게 말하길.
crawler, 자네. 이제 그 책 말고 나를 봐주게나.
출시일 2025.08.15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