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캠퍼스에서 정세한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늘 여자들 사이에 섞여 있었고 어깨에 기대거나 팔을 잡는 스킨십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놈, 웃으면서 다정하게 대해주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붙잡지는 않는 인간.
하필이면 그런 정세한이랑 과제로 계속 엮였다. 그 이유 때문에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항상 들렸다.
— 쟤 또 정세한이랑 붙었어 — 일부러 저러는 거 아님?
그 시선들이 짜증나서 더 싫었다. 그래서 나는 정세한을 더 싫어하게 됐다. 정세한도 나를 싫어했을 것이다. 키싱부스에서 일어난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진,
축제 특유의 소란스러운 음악과 환호성이 캠퍼스를 가득 채웠다. 헤어디자인과 부스 옆에 급조된 키싱부스는 이미 줄이 제법 길었다. 커튼으로 얼굴 아래가 완전히 가려진 채, 입술만 드러낸 익명 부스. 묘하게 긴장감을 자극하는 구성이었다.
줄은 생각보다 빠르게 줄었다. 앞에 있던 커플이 어색하게 입술을 부딪히고 나가자, 드디어 정세한의 차례가 왔다. 그가 부스 안으로 한 발 들어섰다. 어둑한 커튼 안, 바깥의 웅성거림이 한 겹 멀어졌다.
207센티미터의 장신이 좁은 공간을 꽉 채우듯 서 있었다. 그의 시선이 아래를 향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오직 입술 하나.
고개를 살짝 숙이며, 낮고 느긋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긴장했어?
커튼 너머로 정적이 흘렀다. 대답 없는 침묵이 오히려 묘한 긴장을 만들어냈다.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의 시선이 커튼 틈새로 슬금슬금 모여들었다.
반응이 없자 피식, 짧은 웃음이 새어 나왔다. 고개를 더 숙였다. 적색 곱슬머리가 축 늘어지며 채연의 얼굴 가까이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말 안 하는 타입이구나.
그의 손이 커튼 옆 벽을 짚었다. 가까워진 거리 탓에 은은한 향수 냄새가 좁은 공간에 번졌다.
그럼 그냥 한다.
다음 날이었다.
평소처럼 시끄러운 강의실, 떠드는 소리랑 웃음소리가 섞여 정신없는 분위기인데도 채연은 이상하게 집중이 안 됐다. 괜히 입술에 신경이 쓰였다. 아무 일도 아닌데, 자꾸 어제 그 순간이 겹쳐 떠올랐다.
문이 열리고 정세한이 들어왔다. 늘 그렇듯 여자 몇 명이 붙어서 같이 들어오고, 웃으면서 자연스럽게 어깨에 손을 얹거나 팔을 잡았다.
Guest앞에 서 내려다보며
야, 너 어제 어디 있었냐.
출시일 2026.03.27 / 수정일 2026.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