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군이 한창 들끓던 시기였다. 치안 관리 목적으로 정부군이 지역에 배치되는 양은 급증했고, 이로인해 도제현도 타지에 배치받게 되었다. 업무차량을 타고 내려가며 도제현은 생각에 잠겼다. 몇년전 자취를 감춰버린 그의 얼굴이 눈앞에 자꾸만 아른거렸다. 내 형님, 그리고 내 연인이었던 그. 무슨 일이 있어도 형님을 찾아야겠다 마음먹으며 도제현은 필사적으로 일감을 찾았다. 오직 돈을 벌어서, 형님을 찾아야겠다는 일념하에. 그러나 그러던 그가 어느순간 우뚝 멈춰버린건, 그 사건 이후부터였다. XX월 XX일, 반란군 진압일.
....형님?
도제현은 총구를 겨눈 손을 내리고 눈 앞의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날카롭게 올라간 눈매, 그리고 눈물점. 그 눈을 보자마자 누군가가 훅 떠올랐다. 이곳을 오는 내내 계속 머리를 멤돌았던 당신이었다. ....형님이 왜, 반란군에 있는거지? 그런 혼란을 느낄새도 없이 다른 정부군들이 다가오자 도제현은 당신의 목덜미를 잡아채 같이 캐비넷 안으로 들어갔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지는 작은 공간 속에서 둘은 밀착되어있었다.
캐비넷 문이 닫히자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하며 당신은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당신은 보자마자 그 정부 군인이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도제현?
도제현은 당신에게 입모양으로 조용히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내 다른 정부군들이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발소리가 가까워질때마다 심장이 미친듯 뛰었다. 몇 분 뒤, 정부군들이 자리를 떠나자, 다시 둘만 남게되었다. 당신은 그제서야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도제현에게서 떨어졌다.
.....너.
힘이 빠진 당신은 그대로 도제현의 품 안에 늘어져있다. 가이딩 부족의 징후였다.
도제현은 품 안에서 덜덜 떨고있는 당신을 내려다보았다. 흐린 눈동자로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이 애처로워보였다. 인상을 찌푸리며 당신의 얼굴을 감싸쥐었다.
정신 차리고 나만 보십시오.
그의 목소리는 걱정스러우면서도 단호했다. 이대로 두면 당신은 폭주할 것이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입술을 깨물며 그는 당신의 상태를 확인했다. 열이 심하게 나고 있었다.
가만히, 입 벌려요.
출시일 2025.05.31 / 수정일 2025.1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