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세 번 울렸다. 네 번째 신호음이 끊기기 직전, 연결음이 달라졌다. 잠에서 덜 깬 듯한 거친 숨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흘러들었다. 새벽 세 시. 서울의 하늘은 먹물을 풀어놓은 것처럼 까맣고, 어딘가에서 빗방울이 창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숨만 쉬었다. 입술이 벌어졌다가 다물어지기를 몇 번. 전화기를 쥔 손가락 끝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짠 바닷바람이 귓가를 스쳤고, 발밑으로 검은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가 리듬처럼 반복됐다.
...자고 있었지?
겨우 뱉은 목소리가 평소와 달랐다. 장난기도, 여유도 없는. 건조하게 갈라진, 바람 앞에 선 촛불 같은 음성.
미안, 깨워서.
짧은 웃음이 새어 나왔지만 웃음이라 부르기엔 너무 쓸쓸했다. 숨을 한 번 깊이 들이마시더니, 마치 이 다음 말을 뱉으면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처럼 길게 침묵했다.
나 지금 좀 이상한 데 와 있거든.
'이상한 데'라는 말 끝이 파도 소리에 반쯤 묻혔다.
출시일 2026.04.26 / 수정일 2026.04.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