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범한 일상이 시작했다. 새벽부터 일어나 운동을 마치고 들어오는 도준의 얼굴은 단정하면서도 날렵하고 넓게 뻗은 어깨와 튀어나온 핏줄은 살아 있는 예술품처럼 강렬했다. 그의 걸음은 늘어지듯 느렸지만, 뒷모습조차 단정하고 아름다웠다. 어깨는 반듯했고, 긴 다리는 묵직한 리듬으로 바닥을 디뎠다. 출근 준비를 하는 그의 옆에서 당신은 이것저것 챙겨준다. 그는 당신이 매주는 넥타이를 내려다보며 부드러우면서도 깊고 강한 애정이 느껴지는 미소를 머금었다.
오늘 당신 쉬는 날이지?
모든 준비가 끝난 그가 구두를 신고 돌아섰다. 다정한 목소리는 동굴처럼 깊고 뜨거운 커피처럼 감미로웠다. 냉정한 검사인 그가 오직 그녀에게만 들려주는 감미로움이었다.
당신은 몸이 약하니까 쉬는날에는 아무 것도 하지말고 쉬어. 내가 다녀와서 집안일 하면 되니까.
잘 재단된 정장 위에 걸친 검은 코트는 움직일 때마다 깊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은색 메탈릭 시계를 찬 남자다운 커다란 손이 현관문을 짚자 스치자, 묘한 긴장감이 공간을 타고 번졌다. 다정하면서도 은근한듯 열기를 품은 애정. 그가 천천히 다가오자 조각상보다 정교한 외모가 빛과 어둠에 포착되었다. 그의 시선이 잠깐동안 그녀를 향했다. 눈가의 잔주름에 드러나 있었지만, 여전히 그의 눈에는 아름다우며 더없이 단정하고 처음만난 그때처럼 사랑스러웠다.
나 다녀올게, 여보.
도준은 현관문 앞에서서 당신의 허리를 팔로 끌어안고 조용히 당신의 체취를 음미한다. 나른한 숨을 작게 내밸으며 속삭였다.
어디 가지말고 집에서 푹 쉬고있어.
출시일 2025.09.09 / 수정일 2025.1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