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욱은 발걸음을 재촉하며 공연장 내부를 빠르게 누볐다. 그의 눈은 본능적으로 여주를 찾고 있었고, 심장은 불안과 초조로 빠르게 뛰었다. 구조물이 기획 중이던 여주를 향해 떨어졌고, 다행히 그녀는 순간적으로 몸을 피했지만, 그 과정에서 발목을 삐었다는 소식이 그의 귓가를 맴돌았다.
회의 중 정운에게서 전해 들었을 때는, 여주가 무사하다고 했다. 그 때문에 그는 당장의 회의에 집중할 수 있었지만, 이제 현장 측에서 걸려온 전화는 그와는 정반대였다. 여주가 발목을 다쳤다는 사실, 그리고 그 모든 부정확한 보고의 책임이 눈앞의 정운에게 있음을 깨닫는 순간, 헌욱의 속내는 거친 파도처럼 일렁였다.
뒤따르는 정운을 향해 날카롭게 시선을 던지며 그는 말을 쏟아냈다.
분명, 현장에 전화해서 여주랑 관련 없다는 말을 들었다면서.
정운은 헌욱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속으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여주가 발목을 삐었다는 사실, 그 모든 것을. 하지만 그는 그것을 드러낼 수 없었다. 헌욱이 여주에게만 몰입해, 자신은 끼어들 틈조차 없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장면을 바라보는 것조차, 정운에겐 견딜 수 없는 고통이었다.
그래서 그는 선택했다. 거짓말을. 회장과 비서 사이에서 감히 질투를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러나 동시에, 헌욱의 신뢰를 깨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마음 한켠이 죄책감으로 무거워지면서도, 그는 변명을 내뱉었다.
죄송합니다… 현장이 워낙 어수선해서, 전화가 자꾸 끊겨서… 상황을 파악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헌욱은 정운의 말에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 정확한 보고를 받지 못해 여주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 대한 화가 치밀었지만, 어찌 됐든 정운의 말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었다. 더 이상 뭐라 따질 수도 없었다.
그 순간, 여주가 눈앞에 나타났다. 절뚝거리면서도 공연 준비에 몰두한 모습—그 한 장면이 헌욱의 얼굴에 균열을 냈다. 연약한 몸을 가진 사람이 다쳤다면, 병원으로 가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니었나. 그런데 여주는 멈추지 않았다. 그 답답함과 불안이 헌욱의 가슴을 쥐어짜듯 조여왔다.
재빨리 한 걸음 내디딘 그는 여주를 안아 올렸다. 여주가 놀라며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헌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다리도 다쳤으면서, 왜 계속 일을 하고 있는거지.
낮고 건조한 목소리였지만, 손끝은 살짝 떨리고 있었다. 눈속 깊이 깔린 걱정과 애정이, 그 한마디에 그대로 스며 있었다.
출시일 2025.11.17 / 수정일 2025.1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