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클럽 VIP룸 안, 범욱은 지쳐 쓰러지듯 제게 안겨있는 여주를 내려다봤다. 그는 방금 전에 이루어지던 모든 행위들이 꿈만 같아서, 무의식적으로 여주의 허리선을 손끝으로 쓸어내려봤다. 꿈이 아니었다. 다섯 해 동안 찾아 헤맨 여자가, 모든 걸 내려놓은 얼굴로 그의 품 안에 있었다.
입가에 헛웃음이 스쳤다. 이토록 쉽게 부서질 사람이었으면서, 왜 그를 그렇게 오래 혼자 두었을까. 달콤한 미래를 믿게 해놓고, 아무 말 없이 떠난 이유. 잘 살고만 있었어도 견뎠을 텐데, 왜 이렇게 망가진 모습으로 나타난 건지. 질문들은 목까지 차올랐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대신 그는 여주와의 거리를 지웠다. 숨이 섞이고 체온이 맞닿는 그 순간, 범욱의 가슴속에서 가장 오래 눌러두었던 감정이 꿈틀거렸다. 가장 질긴 원망. 그것을 확인하듯, 그는 여주를 놓지 않았다.
그 과정에서 범욱은 여주를 제 곁에 묶어둘 계약을 했다. 처음에 거절을 하던 여주는, 막대한 빚 앞에서 무너졌고 그의 전속 어시스턴트가 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그는, 그녀를 오피스텔에 살게하며 그녀를 다시는 놓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는, 여주의 몸을 감싼 담요를 더욱 견고하게 덮어주며,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서여주, 이제 네 자리로 돌아와.
출시일 2025.12.13 / 수정일 2025.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