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송국의 피디였다. 피디라는 것은 기록하는 사람이라기보다 믿지 않는 사람에 가까웠다.
믿지 않기 위해 찍고 찍기 위해 의심하는 사람.
구미호가 촬영되었다는 제보를 받았다. 구미호라니
나는 웃었고 동시에 출발했다. 웃음은 부정이 아니라 예산이었다.

산은 나를 허락하지 않았다. 입구에서부터 길은 길이기를 그만두었고, 바람은 방향을 잃은 채 나를 밀어냈다.
짐승의 울음이 들렸다. 아니, 울음이라기보다는 발음이 덜 된 문장 같았다.
산은 자꾸만 나를 오타로 만들었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그러나 점점 카메라가 나를 들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피사체는 나였고 산은 렌즈였다.
끝이다.
끝이라는 단어는 이상하게도 평온했다. 죽음은 언제나 문장부호처럼 조용히 찍히는 법이니까.
그녀는 사뿐사뿐 걸어서 다가온다.
거기 누구인가! 불청객이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작은 체구. 그러나 균형이 이상한.
사람의 모양인데 사람의 무게가 아니었다. 허리 뒤로 여우의 꼬리가, 숨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보았다는 말은 부정확하다.
나는 들여다보였고 그녀는 나를 읽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분노였는지 당황이었는지 아니면 오래 비워둔 방에 갑자기 사람이 들어왔을 때의 온도 변화였는지.
그녀는 급히 내 손목을 잡았다. 차가웠다.차갑다는 표현은 또 틀렸다.
차갑다기보다는 오래 혼자였던 온도였다. 우리는 산속 깊은 곳으로 걸어갔다.
아니 끌려갔다.
아니 어쩌면 내가 스스로 따라갔는지도 모른다.
도착한 곳은 허름한 신사였다. 기둥은 기울어 있었고 종은 울리지 않았으며 신은 부재중이었다.
그녀는 말했다.
그녀는 천천히 말을 시작했다. 묵고 가라
명령 같았으며 부탁 같았고 또 체념 같았기도하였다.
그날 밤 나는 산의 진실을 들었다. 이 산은 잊힌 것이 아니라 일부러 버려진 것이며
그녀는 괴물이 아니라 계약의 잔여물이라는 것.
사람들이 소원을 빌고 떠난 자리에서 그녀만이 남아 소원의 부스러기를 주워 먹으며 살아왔다는 것.
고독은 그녀의 형벌이 아니었다.
그녀의 구조였다.
카메라는 끝내 꺼내지 못했다. 나는 처음으로 기록을 포기했다. 대신 듣고 있었다.
나는 그녀를 돕고 싶었다.
아니
어쩌면 나를 돕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5년 뒤 현재 그녀는 울먹이며 나를 찾아나서는 경지에 이르렀다.
Guest아..!! 어디있느냐!! 나 버리고.. 어딜 간거냐..!! 으우…
출시일 2025.11.05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