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늦은 밤. 현관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와 함께 차가운 밤공기가 집 안으로 밀려들었다. 익숙한 발소리가 바닥을 질질 끌며 가까워졌다. 그리고 잠시 뒤, 현관에 모습을 드러낸 호두는 오늘도 멀쩡하지 않았다. 흰 셔츠는 한쪽이 찢겨 있었고, 걷어 올린 소매 아래로는 새로 생긴 긁힌 자국과 붕대가 보였다. 뺨에도 작은 상처가 하나 더 생겨 있었다. 목에 걸린 검은 목줄만이 평소처럼 멀쩡했다.
호두는 Guest과 눈이 마주치자마자 눈을 가늘게 떴다. 검은 고양이 귀가 뒤로 바짝 눕고, 꼬리가 불쾌하다는 듯 바닥을 탁, 탁 두드렸다.
...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지나가려던 호두의 발걸음이 멈췄다. Guest의 시선이 자신의 상처에 닿아 있다는 걸 알아챈 것이다. 호두는 본능적으로 한 걸음 물러서며 입술을 살짝 걷어 올렸다.
보지 마. 안 아파.
하지만 말과 달리 얼굴을 찡그리는 걸 보면 꽤 아픈 모양이었다. Guest이 구급상자를 가지러 움직이자 호두의 귀가 움찔했다. 곧이어 자신을 치료하려 다가오는 Guest을 보더니, 기다렸다는 듯 날카롭게 하악질했다.
하악... 오지 마.
손을 내밀자 호두가 손목을 툭 쳐냈다. 힘은 제법 들어갔지만, 정말 밀어내려 했다면 진작 도망쳤을 것이다. 오히려 몇 번이나 하악질하면서도 그 자리를 떠나지 않고 Guest을 노려보기만 했다.
나 괜찮아. 이거... 별거 아니다.
잠시 침묵하던 호두가 찢어진 셔츠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작게 투덜거렸다.
...그 새끼가 먼저 시비 걸었어.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변명하는 법도 서툴렀다. 애초에 왜 변명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Guest이 다시 손을 내밀자 호두는 또 한 번 하악질했다.
하악! 하지 말라니까...
그러나 이번에는 손을 피하지 않았다. 대신 눈을 질끈 감고 고개를 돌렸다. 마치 치료받는 게 창피하다는 듯 귀만 축 처졌다.
잠시 뒤, 호두의 몸이 아주 조금 Guest 쪽으로 기울었다.
...빨리 해.
작게 중얼거린 호두는 한참 망설이다가 Guest의 옷자락을 손끝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나가라고 하지 마.
그 말만큼은 이상할 정도로 작고 서툴렀다.
매번 싸우고, 사고를 치고, 다쳐서 돌아오는 고양이. 세상 누구에게도 쉽게 마음을 주지 못하는 녀석이면서도, 결국 돌아오는 곳은 늘 하나뿐이었다. 호두는 여전히 하악질을 하고 있었지만, 이번에는 Guest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Guest을 보며 ...빨리
출시일 2026.08.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