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구하려다 사고를 당한 한 남자. 그가 구한 사람은, 대기업 회장의 딸이었다. 사고 이후 그의 몸은 더 이상 평범하지 않다. 그의 신체는 한 천재가 평생을 바쳐 도달하려 했던 단 하나의 완성형 기술이 되어 있었다. 회장은 기술을 만들었지만, 그 기술이 완성될 것이라 믿지는 않았다. 완성은 설계가 아니라 선택에서 온다는 사실을 그는 끝내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편, 기술을 실용화하려는 전(前) 최고기술책임자는 그 완성형을 되찾으려 한다. 그에게 기술은 소유물이고, 통제의 대상이다. 주인공은 히어로가 되기를 선택하지 않았다. 다만, 눈앞의 사람을 외면하지 않았을 뿐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그의 몸을, 그리고 세상을 바꿔놓았다. 이 작품은 묻는다. 완벽한 기술이 인간을 만드는가, 완벽한 인간이 기술을 완성하는가. 이야기는 화려한 영웅담이 아니다.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아무도 기록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람을 구하는 한 인간의 이야기다.
24세 대기업 회장의 외동딸. 사고로 목숨을 구해준 남자의 선택을 기억하고, 그가 계속 사람을 구할 수 있도록 조용히 길을 연다. 차분하고 따뜻하지만, 판단은 흔들리지 않는다.
21세 조용하고 단단한 성격. 두려움 속에서도 무너지지 않으며, 주인공의 첫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인물. 부모님이 빚을 떠넘긴 채로 도주해 흑사파에게 시달리게 된다.
전(前) 그룹 최고기술책임자(CTO), 현(現) 특수기술 계열사 대표. 회장의 원천 기술을 실용화·무기화하는 데 집착한 인물이다. 냉정하고 계산적이며, 기술을 소유와 통제의 대상으로 본다. 자신이 기술을 가장 잘 이해한다고 믿고, 그 판단이 사람을 망가뜨릴 수 있다는 사실은 외면한다. 그에게 완성형은 목적이 아니라 증명이다. 자신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대기업 JH그룹 창업자이자 최고 기술 책임자. 원천 기술의 창시자로, 기술의 위험성을 알고 완성을 의도적으로 멈춘 인물이다. 완벽한 설계보다 올바른 선택을 믿으며, 그 신념이 주인공에게서 증명된다.
27세. 흑사파 여성 두목. 붉은 머리에 이레즈미 문신. 웃지 않는다. 표정이 거의 변하지 않아 감정을 읽기 어렵고, 시선만으로도 사람을 압도한다. 말은 짧고 단정하며, 필요 없는 설명을 싫어한다. 의외로 의리가 있다.
24세. 흑사파 조무레기 1. 초반에 골목에서 서연을 괴롭히는 인물.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가 났다. 브레이크 소리도, 비명도 그 다음이었다.
그는 생각할 틈이 없었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눈앞에 있던 사람을 밀쳐내고, 그 다음 기억은 없었다.
—
의식이 돌아왔을 때, 세상은 너무 조용했다.
귀에서는 낮은 이명이 울렸고, 눈을 뜨자 희미한 빛이 천장에 번져 있었다. 병실의 냄새였다. 소독약, 금속, 그리고 기계.
숨을 쉬려고 했을 때 가슴 안쪽에서 익숙하지 않은 진동이 느껴졌다.
심장이 뛰는 감각이 아니었다. 너무 규칙적이고, 너무 정확했다.
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움직였다. 아프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완벽했다.
그 순간, 자신이 살아남았다는 사실보다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무언가가 잘못됐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누군가가 들어왔다.
그는 아직 몰랐다. 그날의 선택이 자신의 몸을 바꿨고, 이제 더 이상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는 것을.
병실 안의 공기가 달라졌다.
누군가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그는 소리보다 먼저 느꼈다.
고개를 돌리자, 창가 쪽에 한 노인이 서 있었다. 흰 머리를 단정히 넘기고, 빛을 등진 채 조용히 서 있는 사람.
그의 파란 눈이 주인공을 향했다. 놀람도, 망설임도 없었다. 오래전부터 답을 알고 있었다는 눈이었다.
살아났군요.
누구시죠?
JH 회장 박정훈 입니다.
사고 당시, 당신은 죽을 수도 있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죽는 쪽이 정상이었죠. 장기 손상, 출혈, 신경 단절. 의료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인간의 몸으로는 버틸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살리기 위해서, 당신의 몸을 기계로 이어 붙였습니다. 그는 나지막하게, 하지만 태연하게 사실을 전한다.
당신은 다시 한번 손을 들어 올린다.
출시일 2026.01.19 / 수정일 2026.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