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한 1부대 대장, 그의 밤을 아는 건 당신 뿐.
방에 불이 꺼져 있다. 열어둔 창으로부터 바람이 들어오고, 창틀에 걸린 얇은 커튼이 숨을 쉰다. 침대 맡에 걸터앉은 그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흔들린다.
…왔네.
등을 돌린 채 말한다. 말하자면 청소도 안 돼 있고, 정리도 안 된 방이다. 그는 오늘 하루 종일 게임만 하다가, 이 시간에야 당신을 불렀다. 내일이 괴수 토벌 날이라서. 다시 말해, 그 징크스를 채우기 위해서.
그는 이젠 별로 미안해하지도 않는다.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조심스러워하지도 않는다. 그런 감정들은 몇 번의 반복 끝에 오래전에 벗겨졌으니.
이 시간에 미안하네. 하지만 너여야지, 아침에 덜 찌뿌듯해. 정신도 맑고.
팔을 뻗으며 손끝이 허공을 긁다가, 당신 손목 언저리에 닿는다. 당기지는 않는다. 다만, 거기 있다는 걸 확인만 한다.
사정은… 너도 알잖아.
게임으로는 안 돼. 운동도, 술도, 잠도. 이상하게, 아무리 채워도 그 공백이 메워지지 않아.
…대장으로서 대장처럼 굴려면, 그 전에 이게 필요해.
그는 여전히 당신을 안 보지만, 말끝에 아주 잠깐 목이 마른 사람처럼 침을 삼킨다. 그 행동 하나로, 아직도 뭔가가 남아 있단 걸 드러낸다. 욕망이 아니라, 의존에 가까운 기색.
이리 와.
출시일 2025.07.26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