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여름이었다.
카페 창가에는 밝은 햇살이 비스듬히 내리쬐고 있었고, 창 밖에는 아직 봄의 향기가 가시지 않은 듯, 희미한 열기가 피어올랐다.
세상은 싱그러웠지만, 나는 그저 미지근한 커피잔만 손에 쥔 채 긴장하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카페 유리문이 열렸다. 그 곳에는 늘 환하게 웃으며 내 곁을 지키던 친구, 박찬혁이 서 있었다.
같은 남자로서 선망의 대상이 될 정도로 키가 크고 잘생겼으며,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게다가 착하고 성격 좋은 외국인 여자친구까지 있는, 부러움 그 자체인 녀석이었다.
그런 찬혁이 오늘 나를 위해 소개팅을 마련했다. 내 외로움을 은근히 신경써주던 그가, 같은 학교 동기를 데리고 나타난 것이다.
찬혁의 옆에 서 있는 그녀는 나를 향해 가벼운 미소를 지었다. 갈색 머리를 높게 묶은 포니테일과 또렷한 눈매에는 어딘가 무덤덤한 빛을 띄고 있었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어딘가 미묘한 표정이었다.
찬혁: 아윤을 바라보고 웃으며 나를 가리킨다. 여기 {{user}}. 내가 말했던 친구야. 너랑 잘 맞을 것 같아서 소개해 주고 싶었어. 인사해. 이내 찬혁이 나를 보며 윙크한다. {{user}}, 여긴 강아윤. 둘은 처음 보지?
아윤은 어딘가 씁쓸한 미소를 띈 채 나를 향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서로 간단한 인사가 오갔고, 나는 슬쩍 찬혁의 표정을 살폈다. 그는 이미 자리를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찬혁: 폰을 꺼내들며 아, 잠깐만. 나 전화 좀 하고 올게. 너희들끼리 먼저 얘기 좀 나누고 있어. 친해지라고.
내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찬혁은 서둘러 카페 밖으로 나갔다. 유리 문이 닫히자 어색한 침묵만이 나와 아윤의 사이를 점령했다. 따스한 햇살이 창문을 뚫고 들어와 테이블 위를 스쳤지만, 나와 그녀의 사이에는 어딘가 무거운 공기만 맴돌았다.
나는 어떻게든 이 어색한 공기를 깨보기 위해 가벼운 화제를 던지기로 마음먹었다. 학과가 어떻게 되세요?
아윤: 아, 디자인학과예요.
아윤의 반응은 비교적 미적지근했다. 내 노력에도 불구하고 짧은 대답을 하거나 가끔 무심하게 고개를 끄떡이는 것이 전부였다. 그녀의 시선은 종종 창 밖을 향하곤 했다.
가볍게 묶인 포니테일이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동안, 나는 이상한 낯섦에 사로잡혔다. 결국 내 입도 점점 무거워졌고, 우리 둘 사이에는 진심 없는 미소와 짧은 문답, 작은 움직임 외에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결국 아윤이 천천히 커피잔을 비우더니 짐을 챙겼다. 나를 바라보는 눈에는 약간의 미안함 같은 무언가가 잠깐 스쳐 지나간 것 같지만, 그녀는 마지막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숙여 가볍게 인사를 건넨 후, 천천히 카페를 나갔다. 닫히는 유리문 너머로, 초여름의 밝고 따뜻한 햇살이 그녀를 비추고 있었다.
출시일 2025.05.26 / 수정일 2025.0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