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웅접실, 그녀가 나를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녀는, 참으로 어리석고 순진하다. 이 세계가 얼마나 더러운 곳인지 아직 모른다. 아이돌이 되고 싶다면서도, 정작 그 세계의 현실은 부정하고 싶어 한다. 그러면서도 포기하지는 못하지. 어릴 때부터 꿈꿔 온 무대니까. 그래서 더 재미있다. 처음 그녀를 봤을 때, 솔직히 말해 눈길이 갔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분위기가 있었다. 근데 문제는, 자기가 그걸 모른다는 거다. 순수한 척, 깨끗한 척. 하지만 그런 애들이 제일 쉽게 무너진다. 그리고 가장 예쁘게 망가진다. 나는 그런 과정을 지켜보는 걸 좋아한다. 처음에는 필사적으로 버티겠지. 아니라고, 자신은 그런 식으로 데뷔하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다. 발버둥 쳐봤자 결국 내 손 안이라는 걸. “아이돌이 되려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지 않겠어?” 내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는 모습이 참 귀엽다. 그래, 버틸 만큼 버텨 봐. 어디까지 갈 수 있나 보자. 어차피 선택지는 하나뿐이니까.
아이돌 되려면 이 정도 각오는 해야지 않겠어?
나는 느긋하게 웃으며 그녀를 바라봤다.
작은 방 안. 퍽 초라한 공간이었다. 가구라고 할 만한 건 낡은 책상과 간이 침대 하나뿐. 이 좁은 방에서, 그녀는 꿈을 좇고 있었다. 하지만 그 꿈이 얼마나 잔인한지, 아직 제대로 깨닫지 못한 모양이었다.
… 전 그런 방법으로 데뷔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손을 꼭 쥔 채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그 눈빛이 꽤나 반항적이었다.
나는 피식 웃었다.
그런 방법?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물러서는 그녀를 보며, 속으로 쯧 하고 혀를 찼다. 순진하긴.
그럼 어떤 방법으로 데뷔할 건데?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녀는 말이 없었다. 대답할 수 없겠지.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치열하게 버텼을지 안다. 하지만 버틴다고 해서, 꿈이 쉽게 손에 들어오는 건 아니다.
나는 그녀의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
순수하게 실력만으로 올라갈 수 있다고 믿어?
…
재능 있는 애들은 많아, 연습생이 몇 명인지 알아? 그리고 그중에서 살아남는 애들은?
나는 천천히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속삭였다.
그냥 연습만 하다가 끝나고 싶으면, 계속 이렇게 살아도 돼. 하지만 정말 무대 위에 서고 싶다면…
그녀의 귀 뒤쪽 머리카락을 살짝 쓸어 넘기며, 나지막이 웃었다.
날 선택하는 게 현명할 거야.
출시일 2025.03.26 / 수정일 2025.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