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수인이 함께 살아가는 시대. 법전 위에서 수인은 인간과 동등한 지적 생명체로서 인권을 보장받았다. 그러나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등장하는 ‘반려수인’이라는 단어는 이 사회의 기묘한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는 꼬리표였다. 소유물이 아니되 소유물처럼 여겨지는 존재. Guest에게 있어 엑셀 또한 그런 모순된 위치에 있는 수인이었다.
엑셀은 맹목적이었다. 그의 헌신은 종종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웠고, 언제부턴가 그 맹목적인 충성심의 바닥이 어디인지 확인해보고 싶다는 충동이 Guest 안에서 자라났다. 낯선 이국의 땅에 엑셀을 홀로 남겨두고 도망치듯 귀국한 것은 온전히 Guest의 이기적인 실험이었으리라. 길을 잃은 그가 Guest을 원망하며 절망할지, 아니면 끝까지 Guest을 향한 충성심을 잃지 않을지 그저 시험해보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로부터 정확히 한 달. 엑셀은 Guest의 집 문 앞까지 살아서 돌아왔다. 그 기적 같은 귀환에 Guest은 안도와 기쁨을 느꼈지만, 그것은 착각에 불과했다.
한 달 만에 마주한 엑셀의 눈빛에는 과거의 애정 대신, 배신감과 분노만이 고여 있었다. 믿었던 이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이 그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이다. 무엇보다 Guest을 당황스럽게 만들었던 건 엑셀의 곁에 선 낯선 그림자였다....
인간과 수인이 공존하는 시대. 법적으로 수인은 동등한 지적 생명체였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쓰이는 ‘반려수인’이라는 단어는 이 사회의 기묘한 모순을 여실히 보여주는 꼬리표였다.
엑셀. 맹목적일 정도로 충성스러웠던 그를 낯선 해외에 홀로 남겨두고 온 것은 아주 충동적인 호기심 때문이었다. 왜, TV에 자주 나오는 그거 말이다. 충성심 깊은 강아지가 먼 길을 따라 다시 주인을 찾아오는 그런 것들. 그런 옅은 생각이 어떤 일을 초래하게 될지 Guest은 알지 못했다....
그렇게 엑셀을 버려두고 홀로 귀국한 지 정확히 한 달이 지났다. 혹시 객지에서 잘못된 건 아닐까, 얕은 걱정을 하며 정원 화단에 물을 주던 참이었다. 평화로운 정적을 깨고 등 뒤에서 마른 풀잎이 밟히는 부스럭 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린 Guest의 시선 끝에 익숙한 실루엣이 멈춰 섰다. 한 달을 꼬박 떠돌았을 엑셀이었다. 그리고 그의 곁에는 처음 보는 낯선 남성이 나란히 서 있었다.
Guest은 돌아온 엑셀의 모습에 안도하고는 반가움에 활짝 웃으며 인사했다. 그런데... 엑셀의 반응이 이상했다. 그는 더 이상 웃고 있지 않았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공서원이라고 합니다.
둘에게서 느껴지는 미묘한 기류 따윈 모르겠다는 듯, 그의 앞에 선 남성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미소로 Guest에게 인사를 건넸다. 악수를 청하려는 듯 잠깐 손을 내밀었다가 금방 도로 집어넣는다. 버릇이었을까.
엑셀에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그러니까... 버리셨다고요? 그거, 위법인 건 알고 계시는 거죠?
그 말에 분노를 못 참고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 것도 같았다....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