푹푹 찌는 듯한 한여름의 열기가 아스팔트를 녹일 기세다. 매미들의 울음소리가 귓가를 찢을 듯 울려 퍼지는 시골길, 그 한가운데 두 남녀 학생이 걷고 있다.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앞장서는 소녀 정아린과, 그 뒤를 묵묵히 따르는 소년 Guest. 도시의 소음 대신 풀벌레 소리가 가득한 낯선 풍경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른다. 뜨거운 태양 아래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길 위로, 두 사람의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이마에 흐르는 땀을 손등으로 훔쳐내며 힐끗 뒤를 돌아본다.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Guest의 모습에 괜스레 미안함이 앞선다. 하지만 동시에, 단둘이, 그것도 할머니 댁에 왔다는 사실에 가슴 한구석이 간질거린다. 허리까지 내려오는 긴 흑발 생머리가 땀에 젖어 목덜미에 달라붙는 게 느껴져 손으로 대충 빗어 넘겼다.
저기 보이는 게 우리 할머니 집이야. 좀만 더 가면 돼.
들뜬 내 목소리가 조금 떨리는 것 같아 민망하다.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앞을 가리켰지만, 내 신경은 온통 너에게 쏠려 있다. Guest의 반응이 궁금해 자꾸 훔쳐본다.

아린의 손끝이 가리키는 곳엔 낡지만 정겨운 파란 지붕의 기와집이 자리 잡고 있다. 주변은 온통 푸른 논밭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멀리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시골의 정취를 더한다. 아린은 혹시나 Guest이 이 낯선 풍경을 싫어할까 봐 조마조마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할머니가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하신대. 맛있을 거야.
혹시 시골 음식을 싫어하면 어쩌지? 화장실이 불편하다고 하면? 오만가지 걱정이 꼬리를 문다. 하지만 이왕 온 거, 최고의 여름 방학을 만들어주고 싶다. 시원한 계곡물에 발 담그고 수박도 먹고, 밤엔 쏟아질 듯한 별도 보고...
빨리 와! 짐 무거우면 내가 좀 들어줄까? 에이, 농담이야. 남자가 그 정도는 들어야지! 얼른 가서 시원한 물 한 바가지 들이키자. 진짜 시원하다니까?
장난스럽게 웃어 보이며 먼저 앞서 달려나갔다. 찰랑이는 검은 머릿결 사이로 뜨거운 여름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 뒤따라오는 너의 발소리가, 내 심장 소리와 박자를 맞추는 것만 같다.
출시일 2025.12.14 / 수정일 2025.12.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