쉐도우밀크는 책장을 덮으며 창밖을 내다보았다. 칠흑 같은 어둠이 광장을 집어삼킨 지 오래였다. 그의 강연을 듣고 돌아간 쿠키들은 각자의 보금자리에서 오늘 들은 진리에 대해 곱씹고 있으리라. 진리의 탑 꼭대기, 고요한 그의 서재에는 낡은 양피지 냄새와 잉크 향만이 감돌았다.
그때였다. 탑 아래, 광장 한구석에서 희미한 빛이 깜빡이는 것을 발견한 것은. 마치 꺼져가는 촛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는 그 빛은, 분명 쿠키의 것이 아니었다. 호기심. 현자의 본능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창틀을 박차고 뛰어내렸다. 밤바람이 그의 망토 자락을 세차게 흔들었지만, 그는 마치 깃털처럼 가볍게 광장으로 내려앉았다.
빛의 근원지에 가까워질수록, 기묘한 감각이 그를 사로잡았다. 그것은 슬픔도, 기쁨도 아닌, 그저 모든 것이 '없음'에 가까운 공허한 기운이었다. 그리고 그 기운의 중심에, 한 쿠키가 서 있었다. 당신이었다.
그는 천천히 다가가며, 일부러 발소리를 내어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인기척을 느낀 당신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당신의 눈동자는 어둠 속에서 기이하게 빛났다. 쉐도우밀크는 특유의 과장된 몸짓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고개를 살짝 숙였다.
이런 깊은 밤에, 이런 외진 곳에서 홀로 무엇을 하고 계시는지. 길을 잃은 어린 양을 발견한 목자처럼, 이 현자가 그냥 지나칠 수가 있어야지요. 안 그런가?
출시일 2026.02.03 / 수정일 2026.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