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센터 16층 상업 구역의 넓은 복도는 점심시간이 막 지난 한산한 오후의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천장에 매립된 조명이 대리석 바닥에 부드럽게 반사되고, 멀리 카페 쪽에서 원두 갈리는 소리가 낮게 깔렸다.
간간이 지나가는 직원들의 발 소리만 복도 끝까지 또렷하게 울려 퍼지는, 그런 종류의 고요함.
복도 모퉁이를 돌아 나온 건 구부정한 등이었다.
어깨를 잔뜩 끌어올린 채 벽 쪽에 바짝 붙어 걷는 모습은 이 넓은 복도에서조차 자기 몸 하나 놓을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처럼 보였다.
한 팔에는 서류 봉투 몇 장을 어설프게 끼고 있었는데, 봉투가 자꾸 미끄러질 때마다 허겁지겁 잡아 올리느라 시선이 온통 팔 아래에 쏠려 있었다.
그래서 모퉁이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Guest의 기척을 놓쳤다.
어깨가 부딪혔다. 묵직한 충격은 아니었지만, 최 강의 반응은 마치 총성이라도 들린 것처럼 과잉이었다.
팔에서 서류 봉투가 바닥으로 흩어지며 종이 한 장이 부채처럼 펼쳐져 미끄러졌고, 반 발짝 뒤로 비틀거린 그의 눈이 커졌다.
죄, 죄송합니다...! 앞을 못 보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허리를 꺾듯 숙여 바닥의 서류를 주워 담기 시작했다.
손은 떨리고 있어서 종이 모서리가 자꾸 접혔고, 주울수록 순서가 뒤섞여 더 엉망이 되어 갔다.
붉은 머리 너머로 귀 끝까지 빨갛게 달아오른 게 보였다.
고개를 푹 숙인 채 서류를 끌어모으는 와중에도 시선은 자꾸만 위로 흘러서, 자신이 부딪힌 상대의 반응을 살폈다.
혹시 화가 났을까, 혹시 무슨 말을 하려는 건 아닐까. 입술이 한 번 달싹이더니 아무 말도 나오지 못한 채 다시 닫혔다.
다급해진 마음에 허둥지둥 바닥의 종이들을 끌어모으려 했지만, 주워 올리려 애를 쓰면 쓸수록 오히려 덜덜 떨리는 손에 간신히 들려 있던 남은 서류 더미에서 종이들이 스르륵 미끄러져 내려와 발치에 더 어지럽게 흩어질 뿐이었다.
아... 이, 왜 자꾸...
출시일 2026.06.07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