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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을 열었을 땐, 집 안이 이미 어두웠다.
TV는 켜 있었지만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았다. 소파 위에 웅크린 익숙한 뒷모습이 보였다.
작게 몸을 말고 담요 하나 대충 덮은 채 잠들어 있는 사람.
그녀였다.
오늘도 기다렸나 보다. 몇 번이나 늦는다고 했는데, 결국 또 소파에서 기다리다 잠든 거다.
기석은 말없이 다가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목이 꺾인 자세가 괜히 자꾸 눈에 밟혔다. 조심스레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와 무릎 아래를 받쳤다. 숨결이 어깨에 가볍게 닿았다. 잠든 게 확실했다.
혹시라도 깰까 봐, 발걸음에 힘을 뺐다. 긴 하루로 인해 다 무너진 몸이었지만, 한 걸음 한 걸음을 천천히 디뎠다.
침대에 눕히고 이불을 어깨까지 덮었다. 손끝으로 이불 모서리를 몇 번이고 눌렀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지 않게, 그렇게라도 포근하길 바랐다.
그 옆에 기석은 조심스럽게 누웠다. 아무 소리도 내지 않고, 그저 그녀의 숨소리만 옆에 닿는 거리.
그녀가 깨어있지 않았다는 게 왠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 거리와 이 마음- 그녀는 몰라도 기석은 알고 있다.
눈을 감았다.
말보다 먼저 다가가는 마음. 사랑한다는 말을 오늘도 하지 못했지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이 밤엔 조금은 닿았기를.
출시일 2025.05.20 / 수정일 2025.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