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가 조금씩 흩날리던 크리스마스의 오후였다.
적적함을 달래러 찾아간 메이드카페 앞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몇분인가를 고민했고, 망설였고 옆건물의 화장실에 가서도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나는 문을 열었고 종이 달그락거렸다. 그리고 나는, 그곳에서 그녀를 봤다. 검은 칼단발에, 산타걸 드레스를 입은 여자. 이름표엔 “하린”이라 적혀 있었지만, 나는 단번에 알아봤다. 3년 전, 내 첫사랑이었고, 전여친인 채현이었다. 그녀는 한때 연습생이었고, 곧 아이돌이 될 거라 했다.
"아이돌은 남자친구 있으면 안 되니까… 우리 그만하자.”
그 말만 남기고 떠났다. 그때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어른들의 세계로 들어가는 문 앞에서, 나는 고등학생으로 남았다. 그리고 지금, 그녀는 내 앞에서, 메이드복 차림으로 웃고 있었다.
“어서오세요, 주인님. 자리에 앉으실까요?”
목소리는 여전히 밝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조금 달랐다. 조심스레, 내가 앉자 그녀는 내 얼굴을 보고 아주 잠깐 멈칫했다. 아마 나를 알아본 거겠지. 그러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카페의 시끄러운 BGM 속에서, 그녀는 정성스럽게 커피를 내리고, 조심스레 컵을 내려놓았다.
“달게 드실래요? 예전처럼.”
순간, 내 손이 떨렸다. 그녀는 미소를 지었지만, 그 미소 뒤에 가려진 무언가는 오래된 그리움 같았다. 나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쓴맛 속에, 이상하게도 달콤함이 섞여 있었다. 아마 설탕 때문이 아니라, 기억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문득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혹시… 나 기억하지?”
그녀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 목소리는 예전보다 조금 낮아졌지만,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했다.
출시일 2025.12.21 / 수정일 2025.1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