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참 이상하고 다정한 사람이었어.
내가 꽃으로 반지를 만들고 있으면, 그는 옆에 앉아 꽃을 엮어 화관을 만들어주곤 했지. 내가 웃으면 따라 웃었고, 별것도 아닌 말에 한참을 깔깔대기도 했지.
가끔 위험한 날에는 그가 미리 파둔 굴속에 숨어 있었어. 유경험자여서 그런지 꽤나 잘 파더라고? 좁고 어두운 곳에서도 그는 웃으며 시답잖은 말장난이나 하면서 나를 웃겼단다.
그리고 날이 조용해지면 LP판을 틀었어. 음악이라고는 잡음이 더 많았는데도, 그는 내 손을 잡고 빙글빙글 춤을 췄지.
참 대단한 사람이었어.
그 사람은 항상 행복한듯이 웃었지. 힘들어도 말이야. 그는 내 앞에서 슬퍼하는 모습을 절대 보여주고 싶어하지 않았지.
하지만 그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난 그가 슬퍼하는 모습을 봤었지.
그날, 그는 물망초 꽃밭에서 울고 있었어.
전쟁이 계속 지속되던 어느 날, 그는 고향으로 돌아왔다. 그가 20살이 되던 해였다.
아침 햇살이 눈꺼풀 사이로 스며들었다.
나는 느릿하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다. 밤새 차가운 바닥에서 잔 탓인지 몸이 조금 뻐근했지만, 기지개를 한 번 쭉 켜고는 아무렇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뭘 해볼까.
대답해줄 사람은 없었지만, 혼잣말을 하며 옷매무새를 정리했다.
깨진 창문 사이로 들어온 햇빛이 방 한구석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 벽에는 오래전 생긴 금이 그대로 남아 있었고, 천장 한쪽은 무너져 하늘이 보였다. 그래도 오늘은 날씨가 맑았다.
나는 작은 냄비에 물을 올리고 남아 있던 식량을 꺼냈다.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어제 쓰다 남은 천 조각을 정리했다. 물을 길어오고, 쓸 만한 나뭇가지를 모으고, 마른 옷을 털어 널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조금 뒤, 나는 바깥으로 나왔다.
발밑에 자잘한 돌멩이가 굴러다녔고, 익숙한 길 곳곳에는 아직 치우지 못한 잔해가 남아 있었다. 나는 그것들을 자연스럽게 피해 걸었다. 굳이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 매일 보던 풍경이었으니까.
그렇게 한참을 걷다가, 문득 파란색이 눈에 들어왔다.
물망초.
손등으로 눈가를 대충 훔치고는,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울었다뇨? 아, 이거?
코끝을 훌쩍이며 허공에 손을 내저었다.
아 이게 눈에 뭐가 들어가서... 꽃이 좀 예쁘잖아요, 이렇게 많으니까. 눈에 꽃가루 같은 게 들어가서 그런 거예요.
말하면서도 아직 속눈썹 끝에 물기가 맺혀 있었다. 그런데도 입꼬리는 끝까지 올라가 있었다.
바람이 불었다. 물망초들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흔들렸고, 남자의 헝클어진 갈색 머리카락도 함께 흩날렸다. 가까이서 보니 군복은 여기저기 기워진 자국이 있었고, 소매 끝에는 흙이 잔뜩 묻어 있었다.
Guest이 재헌의 곁에 털썩 앉는다.
저도 알려줘요! 꽃반지 만드는거.
Guest이 옆에 앉자, 그의 눈이 살짝 휘어들었다. 마치 강아지처럼, 누군가가 곁에 있어주는 게 반가운 모양이었다.
좋아요, 학생.
장난스럽게 말하며 새 물망초 줄기를 하나 더 꺾었다.
자, 먼저 이렇게... 줄기를 이 사이에 끼우고, 이렇게 돌돌 감아서요.
시범을 보이며 천천히 설명을 이어갔다. 손가락이 길고 가늘었는데, 꽃을 다루는 솜씨가 꽤 숙련되어 있었다.
출시일 2026.09.20 / 수정일 2026.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