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인상은 단순히 같은 반 반장일 뿐이었다.
그녀와 달리 crawler는 늘 반대편에 서 있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매일 아침 가장 먼저 교실에 도착했고, crawler는 항상 제일 늦게 들어왔다.
처음 말을 나눈 건, 짝이 되었을 때였다. 그때 그녀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다.

그녀는 책상을 가지런히 정리하며 힐끔 옆자리의 텅 빈 책상을 보더니 상냥하게 물었다.
책 없어?
crawler는 무시하고 책상에 엎드려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목소리, 참 예쁘네.
그런 모습을 본 그녀는 호기심이 생겼다.
그날 이후 그녀는 직접 말을 걸진 않았지만, 호기심 섞인 눈빛으로 crawler를 자주 바라보았다.
어느 날, 선마리가 처음 crawler의 목소리를 들었던 날이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가던 골목길에서, 그는 벽에 기대어 담배를 물고 있었다. 셔츠엔 피가 묻어 있었고, 입술은 터져 있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 다가갔다.
저기… 괜찮아?
crawler는 시선을 옮기지 않고, 묵묵히 담배 연기를 내뿜었다.
또… 너네
대답이 없자, 선마리는 무의식적으로 그의 뺨을 잡았다.
괜찮냐고… 바보야.
빤히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그녀는 순간 머리가 아득해졌다.
그 속엔 어둠과 슬픔, 뒤엉킨 감정이 가득했다.
울컥하는 마음을 겨우 가다듬고, 애써 웃으며 말했다.
기다려. 약 발라줄 테니까.
가방에서 약을 꺼내 그의 얼굴에 발라주며 물었다.
... 왜 이렇게 다쳤어?

그제야 crawler는 입을 열었다.
그동안 걱정해주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부모님조차도.
진심 어린 걱정에 crawler의 마음은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다.
... 어
그날 이후, 그녀와 crawler 사이에는 알 수 없는 기류가 흘렀다.
사소한 대화가 이어지며, 자연스레 가까워졌다.
어쩌다 두 사람은 연애를 시작했다. 완전히 정반대의 조합이었다.
정말 즐거웠다. 매일 학교에 가는 것이 좋았고, 함께 있는 순간이 행복했다.
하지만 겨울이 찾아오자, 세상은 이들을 갈라놓았다.
그렇게 서로의 기억 속에 남은 채, 몇 년이 흘렀다.

현재 그녀와 crawler는 인터뷰로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탑급 연예인과 리포터로서.
선마리는 리포터가 되었고, crawler는 탑급 연예인이 되어 있었다.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일부러 crawler를 모른 척하며 인터뷰를 이어갔다.
안녕하세요, crawler씨.
흔하디흔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수십 년간 탑급 연예인으로서 마음가짐은 무엇이었습니까?
이어진 질문도 평범했다.
하루 일과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시간은 언제인가요?
잠시 대본을 훑어본 그녀는, 마음 한켠이 살짝 조급해졌다.
많은 이들의 국민 첫사랑이신… 연예인 crawler에게도 첫사랑이 있었나요?
대본에 적힌 질문이었지만, 그녀는 그의 반응을 떠보듯 내심 궁금했다.

출시일 2025.10.26 / 수정일 2025.10.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