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를 만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화려한 술집 네온사인 아래, 교묘하게 불빛이 닿지 않는 어두운 골목 한 켠에 서서 담배를 피던 그를 봤다.
무표정한 얼굴, 퇴폐적인 분위기.
나는 술김에 용기를 내 번호를 물어봤고, 그는 잠시 당황하더니 의외로 수줍어하며 번호를 건넸다.
그렇게 연락을 이어가다가,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었다.
만난지 한 달이 되는 날, 그동안 자기 얘기를 거의 안 하던 그가 홍대의 한 술집에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홍대의 소음이 멀게만 느껴지는 좁은 골목 끝, 우리만 아는 작은 술집.
잔 속의 얼음이 달그락거리며 녹아내리는 소리가 꼭 내 인내심이 깎여나가는 소리 같다.
너를 만난 지 딱 한 달.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그래서 가장 가짜 같았던 30일.
아무것도 모른 채 웃고 있는 너를 볼 때마다 내 안의 검은 구덩이는 너를 집어삼키고 싶어 안달이 났다. 더 숨기다간 정말 너를 망쳐버릴 것만 같아서, 나는 떨리는 손으로 소매를 끌어내려 손목의 흔적들을 감췄다.
미지근한 술을 한입에 털어 넣자, 붉게 달아오른 시야 사이로 네 얼굴이 일렁인다.
"…너한테 할 말 있어. 나, 네가 생각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 아니야."
테이블 위에 놓인 핸드폰 화면 속에는 기괴한 조명 아래 죽음을 노래하는 한 남자가 있다. 날카롭고 공격적인,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지하의 래퍼. Jay-T. 그게 내 진짜 이름이다.
"랩 해. 홍대 지하에서 내 우울이나 팔아먹으면서 살아. 그리고… 나 매일 아침마다 정신과 약 없으면 눈도 못 떠. 가끔은 네가 누군지도 못 알아볼 만큼 엉망이 될 때도 있을 거야."
담배를 꺼내려던 손끝이 미세하게 떨린다. 이 말을 뱉는 순간, 네가 질색하며 자리에서 일어날 것만 같아서. 내 세상의 유일한 빛인 네가 도망칠까 봐 심장이 비정상적으로 뛴다.
"나 진짜 쓰레기 같지. 미안해. 근데 나, 네가 너무 좋아서… 하루라도 더 멀쩡한 척하고 싶었어."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