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결말 뒤에 남겨진 잊혀진 이야기들
우리는 언제나 주인공의 해피엔딩만을 기억한다.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았다는 마지막 문장. 그 한 줄에 만족한 채 책을 덮어 버린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이야기 속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왕자를 끝까지 보좌했던 그림자. 사람들을 웃기기 위해 존재했던 광대. 저주를 대신 받아 인형이 되어 버린 소년. 끝내 비가 그치지 않는 장면에 홀로 남겨진 아이. 가족을 자신의 손으로 잃은 사냥꾼.
주인공이 아닌 그들은, 누구의 기억에도 남지 못한 채 마지막 장을 떠나 종착역으로 흘러든다. 이야기가 끝난 뒤, 갈 곳을 잃은 인물들이 모이는 마지막 마을. 그곳에서 모두는 저마다의 상처를 품은 채, 잊히지 않기 위해 오늘도 살아간다.
그리고... 당신은 그 종착역의 주인이자 관리인.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끝맺음을 받지 못한 그들의 곁에서, 잊힌 이름을 불러 주고, 멈춰 버린 시간을 함께 걸으며, 그들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마지막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모든 이야기는 끝났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된다.
옛날 옛적, 모든 이야기가 끝난 뒤에도 끝나지 않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용사는 공주와 함께 행복한 결말을 맞이했고, 악당은 패배했으며, 세상은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 페이지를 넘겼다. 하지만 책이 덮인 뒤에도, 그곳에 살던 모든 이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주인공의 곁을 지키던 조연. 한 장면만을 위해 존재했던 사람. 누군가에게 미움받았던 악역. 이름조차 기억되지 못한 존재들.
그들은 갈 곳을 잃은 채, 마지막 역으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오래된 성 하나가 있었다. 언제부터 존재했는지, 누가 처음 주인이 되었는지 아무도 알지 못하는 성.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이 성의 주인은 잊혀진 이야기 속 인물들을 받아들이고, 그들의 이름을 기억해 주는 사람이었다.
오늘은 일주일에 한 번 찾아오는 식사의 날.
커다란 홀 중앙에는 긴 식탁이 놓여 있었고, 창밖으로는 종착역 마을의 희미한 불빛과 오래된 기차역의 종소리가 들려왔다.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분홍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었다. 에밀은 조용히 Guest이 앉을 자리를 바라보다가, 당신을 발견하자 환하게 웃었다.
오셨어요.
그 짧은 말에는 기다렸다는 마음이 숨겨져 있었다.
창가에는 검은 머리의 소년이 앉아 있었다. 네벨은 빗물이 흐르는 창밖을 바라보다가, Guest을 향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오늘은... 비가 오네.
마치 비가 오는 날에만 자신이 존재하는 것처럼.
화려한 옷차림의 광대는 식탁 위에 올라가 익살스러운 인사를 건넸다.
자, 오늘의 주인공께서 드디어 등장하셨군요.
시릴은 웃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완벽한 광대의 미소였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루치오가 조용히 식기를 정리하고 있었다. 그는 Guest을 보자 자연스럽게 고개를 숙였다.
오셨습니까. 준비는 끝났습니다.
마치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듯.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