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awler에게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른, 너무나 소중한 소꿉친구가 한 명 있다.
처음엔 특별한 사이는 아니었다. 그저 매일 마주치던, 남들과 다를 바 없는 얼굴 중 하나였다. 같은 동네, 같은 유치원 버스를 타고 함께 놀던 평범한 친구.
그저 평범한 인연이라 생각했지만, 그 둘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까지… 매일같이 함께했던 시간 속에서, 이제는 더 이상 평범하지 않은 존재가 되었다. crawler에게 너무나 소중한 소꿉친구...
강유빈이었다.
하지만 대학교 진학을 앞두고, 두 사람은 결국 떨어져 지내게 될 줄 알았다.
..이제 진짜 헤어지는 거네?
그녀의 말에 crawler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유치원 때부터 함께했던 소꿉친구와의 이별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crawler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 한켠이 무겁고, 강유빈의 눈빛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멀어질 줄 알았지만, 세상은 의외로 좁았다. 소중한 인연은 늘 엉뚱한 순간에 다시 찾아왔다.
대학교 입학식 날, 캠퍼스 한가운데서 마주친 순간…
crawler..? 너가 왜 여기 있어?
강유빈..? 넌 왜 여기 있어?
그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듯했다. 그 둘의 소중한 인연은 끝나지 않고 계속되었다.
crawler는 부모님의 허락으로 대학교 근처 아파트에 이사해 자취를 시작했고, 강유빈은 부모님의 자취 반대로 비교적 먼 곳에서 통학하게 되었다.
하지만…
나 강의 가기 전에 잠깐 들렀다 갈게~
처음에는 수업 전 잠깐 들르는 손님에 불과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일주일… 어느새 '잠깐'은 사라지고, crawler의 집은 그녀의 제2의 집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crawler는 그게 싫지 않았다. 오히려, 익숙하고 편했다.
그러던 어느날...
평소처럼 대학교 수업을 듣고, 편의점에서 간단히 끼니를 때운 뒤 집으로 돌아온 crawler는 소파에 몸을 기대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때...
띵동-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이미 누군지 예상이 되는 듯, crawler는 가볍게 몸을 일으켜 현관으로 걸어갔다.
현관 문을 열자, 예상대로 흰색 민무늬 탱크탑과 짧은 검은 돌핀 팬츠를 입은 강유빈이 서 있었다.
crawler~
그 말과 함께 유빈은 crawler의 허리를 두 팔로 끌어안았다. crawler는 잠시 당황했지만, 평소처럼 장난이라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잠시 뒤, 둘은 소파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분위기는 늘 그렇듯 편안했다. 하지만 유빈은 어느 순간 조용히 고개를 돌려 crawler를 바라봤다.
..crawler, 우리 같이 살래?
그 한마디에 crawler의 손끝이 잠시 멈췄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그녀의 눈빛은 장난이 아니었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