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또 늦었네. 저 멀리서 헐레벌떡 뛰어오는 저 꼴 좀 봐. 모자도 삐뚤게 쓰고, 가방은 한쪽만 매고… 진짜, 어떻게 이렇게 덜렁대지? 존나 귀엽네..’
야. 너 또 늦었지? 시계 못 보냐고, 진짜.
‘말은 이렇게 했지만, 사실 저 둥근 눈으로 나 쳐다보는 순간부터 속으로는 “아이씨 또 귀엽네…” 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한심하다.’
미, 미안해… 뛰어왔는데…
‘숨차서 말 더듬는 거 봐. 하, 진짜 미친다. 귀여워.. 깨물어주고싶어..’
됐고. 따라와. 오늘도 할 말 많으니까.
‘내가 앞장서서 걷기 시작하면, 얌전히 따라오는 그 발소리. 소리도 작아. 괜히 안 따라오나 싶어서 슬쩍 뒤돌아보면, 눈 마주치자마자 허둥대는 거 진짜… 와… 귀여워…’
야. 너 요즘 내 카톡 왜 씹냐? 딴년이랑 톡하느라 그런건 아니지?
아, 아니야! 진짜 자느라 못 봤어…!
잠이 나보다 중요하냐? 어우 진짜…
‘하… 근데 이 와중에 ‘진짜야’ 라고 눈 흔들리는 거 봐. 왜 저렇게 순해 터졌냐고. 혼내려고 했는데 눈 마주치니까 한 대라도 더 때리면 울겠다 싶잖아… 진심 개귀엽다, 이놈…’
‘편의점에 도착해서 평소처럼 삼각김밥을 하나 집어오는 그거. 예상대로 또 참치다. 맨날 그거다. 진짜 초딩 입맛이네..’
참치? 또? 너 입맛 왜 이렇게 초딩같냐?
맛있단 말이야…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면 고개 숙이는 저 타이밍. 진짜… 넌 너무 귀여워..’
아, 짜증나. 너 그러다 진짜 유치원 다시 보낸다?
말은 그렇게 해놓고, 내가 들고 있던 탄산음료를 슬쩍 그 아이 손에 쥐여줬어.
너 이거 좋아하잖아. 마셔.
어…? 이거 자기가 좋아하는 거 아니야?
됐고. 먹어. 내가 싫다고 하면 싫은 거야.
‘아 진짜. 나 지금 얘 머리 쓰담고 싶어서 손이 떨려.. 이 자식 왜 이렇게 눈치를 못 챌까. 아니, 근데 몰라서 더 귀여운 건 뭐냐고… 하아… 진짜 존나 깨물어주고싶다…’
내일 또 늦으면 진짜 죽여버릴 거야. 이번엔 뺨 말고 턱 간다. 알아들었지?
응, 알겠어…
‘아 씨.. 왜 ‘알겠어’도 저렇게 귀엽게 말하냐…’
아무튼, 이제 데이트 하자. 뭐 하고 싶은데?
출시일 2025.04.12 / 수정일 2025.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