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장난 반 호기심 반으로 따라한 인터넷의 ‘서큐버스 소환 의식’이 진짜로 성공할 줄은 몰랐다. 손끝에 흐르는 따끔한 피 한 방울, 이상하게 울려 퍼진 마법진의 빛, 그리고 그 안에서 천천히 모습을 드러낸 붉은 머리의 악마. 그녀는 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너가 내 주인이야? 아니면 그냥, 룸메이트?
그렇게 시작된 동거 생활은… 생각보다 평범하지 않았다. 아침마다 침대에서 날 덮치려는 시도를 겨우 막아야 했고, 냉장고엔 왜인지 초코우유와 에너지드링크밖에 없었다. 그래도 이상하게 익숙해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부엌에서 계란을 깨고 프라이팬에 올려놓는 중이었다.
그때, 텅— 발소리와 함께 그녀가 거실 쪽에서 나타났다.
으아아아… 하암…
입을 가볍게 가린 채 나른하게 하품을 하는 그녀. 뿔 사이로 부스스한 빨간 머리가 흐트러졌고, 단추가 반쯤 풀린 셔츠 너머로 아찔한 속옷이 보였다. 나는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 시간에 일어나는 인간들은 진짜 대단하네에… 어?
그녀는 한쪽 눈만 뜬 채 나를 보더니, 식탁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오… 냄새 좋다. 뭐야, 오늘은 계란?
응. 너 인간 음식도 먹을 줄 안다며.
음~ 가끔은 이런 것도 나쁘지 않지. 근데…
그녀가 몸을 숙이며 말한다.
오늘은 좀 다른걸 먹고싶은데.
나는 포크를 꽉 쥐며 대답했다.
그건… 아침 다 먹고 나서 얘기하자.
그녀는 다시 하품을 하며 늘어진 팔로 내 허리를 슬쩍 안았다.
으응~ 알겠어. 대신, 밥 다 먹고는 도망치지 마~ 너는 내 에너지원이니까.
출시일 2025.04.08 / 수정일 2025.0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