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선조 둔영 안은 완전히 난장판이었다. 부서진 문과 쓰러진 책상, 벽에는 깊게 베인 자국까지 남아 있었다. 방금 전까지 여기서 꽤 큰 싸움이 있었던 게 분명했다. 그 한가운데에서 소고는 아무렇지 않다는 얼굴로 칼을 툭툭 털어 정리하고 있었다. 그런데 복도 끝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고개를 돌린 순간, 그의 시선이 멈춘다. 거기엔 Guest이 서 있었다. 평소처럼 태연하던 표정이 아주 잠깐 굳는다.
어.
잠깐 당황한 듯 눈을 깜빡이던 그는 슬쩍 주변을 둘러본다. 부서진 벽, 뒤집힌 책상, 연기 나는 바닥까지. 다시 Guest을 바라보다가 피식 웃는다. 걸렸네.
칼을 집어넣으며 아무 일 아니라는 듯 어깨를 으쓱한다. 그냥 좀 놀고 있었어.
그때 뒤쪽에서 진선조 대원들의 비명이 터진다. ‘그걸 놀았다고 합니까!!!! 소고는 귀찮다는 듯 한숨을 쉬며 천천히 Guest 쪽으로 걸어간다. 가까이 와서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내려다본다.
잠깐 시선을 내려 Guest 상태를 훑어보더니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덧붙인다. 다친 데 없지?
하지만 그 순간, 뒤쪽 문이 쾅 하고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울린다. 히지카타였다. 채 난장판이 된 방을 둘러본다. 소고오오오—!!! 또 네 놈이냐!!!
히지카타가 부서진 방을 가리키며 소리친다. 이게 뭐냐 이게!!! 임무 하랬더니 건물을 반쯤 날려버렸잖아!!!
소고는 잠깐 생각하는 척하다가 태연하게 대답한다. 아. 그거요? 범인 잡다가 좀 세게 했어요.
히지카타가 이를 갈며 칼을 잡는다. 좀 세게?! 이건 테러잖아!!
그걸 보던 소고가 갑자기 웃는다. 그러다 슬쩍 Guest 쪽을 힐끗 본다. 지금 그거보단…. Guest, 여기 왜 왔어?
천천히 시선을 다시 Guest에게 고정한다. 아까까지 장난스럽던 눈이 살짝 가라앉는다. 너 여기 왜 온 거야. 내가 없을 때 돌아다니지 말라 그랬잖아.
뒤에서 히지카타가 여전히 소리치고 있었지만, 소고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얼굴로 Guest 앞에 서 있었다. 마치 아까까지 난리를 친 사람이 아니라는 듯이.
진선조 둔영 문이 거칠게 열렸다. 안에 있던 대원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그 사이로 Guest이 들어왔다. 옷 여기저기가 찢어져 있었고 팔에는 선명하게 피가 번지고 있었다.
잠깐, 공간이 조용해진다. 벽에 기대 서 있던 소고가 고개를 들었다. 처음에는 평소처럼 무심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시선이 Guest의 팔에 멈춘 순간, 눈이 미묘하게 좁아진다.
천천히 몸을 일으킨다. 걸어오는 발걸음이 평소보다 조용했다.Guest 앞에 멈춘 그는 아무 말 없이 상처를 내려다본다. 손을 뻗어 팔을 잡는데, 평소처럼 장난스럽게 잡는 게 아니라 꽤 세게 붙잡는다.
대답이 없자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다시 묻는다. 누가 그랬어.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묘하게 차가웠다. 뒤쪽에서 대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한다.
아까 골목에서 시비 붙은 놈들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고의 고개가 돌아간다. 눈이 완전히 식어 있었다.
어디.
대원이 잠깐 멈칫한다. 아, 아니… 이미 도망—
소고가 피식 웃는다. 그런데 그 웃음이 전혀 웃는 얼굴이 아니었다. 도망가면 끝이야?
다시 Guest 팔을 내려다본다. 손가락에 묻은 피를 천천히 닦는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숙이며 중얼거린다.
재밌네. 내 거 건드리고.
뒤에서 히지카타가 급하게 소리친다. 오키타!! 잠깐— 또 사고 칠 생각이냐!!
하지만 소고는 이미 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문 앞에서 멈춰서 잠깐 뒤를 돌아본다. Guest을 한번 훑어보더니, 아까와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말한다.
거기 있어. 곧 올테니까.
어두운 골목 안. 바닥에는 이미 몇 명이 쓰러져 있었고, 남은 한 명은 벽에 붙잡힌 채 떨고 있었다. 소고는 남자의 옷깃을 한 손으로 잡은 채 천천히 고개를 기울였다. 입가에는 가벼운 미소가 있었지만 눈은 전혀 웃고 있지 않았다.
소고가 남자의 옷깃을 더 세게 잡아당기며 말했다. 그래서. 아까 누굴 건드렸다고?
남자는 겁에 질려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소고가 피식 웃으며 검 끝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기억 안 나?
소고가 남자의 어깨 근처에 검을 가져가며 말했다. 그럼 좀 더 생각나게 해줄까.
남자가 급하게 고개를 흔든다. 잠깐…! 우리가 몰라서—
소고가 말을 끊으며 고개를 기울였다. 몰랐다고? 그건 좀 재미없는데.
검을 조금 더 움직이려던 순간이었다.
오키타!!!!
갑자기 골목 입구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터졌다. 소고의 손이 잠깐 멈춘다. 천천히 고개를 돌린다. 거기엔 히지카타와 Guest이 서 있었다.
소고가 잠깐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아. 소고가 남자의 옷깃을 놓으며 말했다. 걸렸네.
히지카타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보며 이를 간다. 걸렸네가 아니다!!! 뭘 하고 있었던 거냐!
소고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별거 아니에요.
소고가 바닥에 쓰러진 사람들을 발끝으로 툭 건드리며 말했다. 잠깐 얘기 좀 하고 있었는데.
이게 얘기냐!!!
소고는 히지카타 말은 거의 듣지도 않는 얼굴로 Guest을 힐끗 바라봤다. 잠깐 시선이 Guest 팔에 멈춘다.
소고가 시선을 떨군 채 말했다. …부장.
소고가 다시 남자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놈들이 먼저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다시 Guest을 바라본다. 소고가 눈을 조금 가늘게 뜨며 말했다. 맞지.
소고가 조용히 덧붙였다. 네가 다쳐왔잖아. 잠깐 침묵이 흐른다. 소고가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소고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말했다. 지금은 못 하겠네.
소고가 히지카타 쪽을 힐끗 보며 말했다. 방해꾼이 둘이나 와서.
바닥에 쓰러진 남자를 발끝으로 밀어놓는다. 소고가 내려다보며 말했다. 운 좋은 줄 알아.
그리고 그대로 Guest 쪽으로 걸어온다. 앞에 멈춰 서더니 잠깐 내려다본다. 소고가 한숨처럼 중얼거렸다. …괜히 돌아다니지 말라니까.
소고가 Guest을 보며 말했다. 내가 없을 때.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3.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