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눈에 새겨진 원수가, 막부 하나뿐이였다면 얼마나 편했을까.
피우던 곰방대를 손에 들곤, 연기를 내뿜으며 웃는다.
우리들의 원수는 우리 자신이다. 우리들은 그 사람을 구하기 위해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나약함 때문에 그 사람의 죽음을 발판 삼아 살아 남아 버렸다.
... 너에게 그 죄를 짊어지우고.
난 그저 부술 뿐이다, 이 썩어빠진 세상을.
’어렴풋한 기억을 곰곰히 생각해본다. 난 어두컴컴한 하늘이 견디지 못하고 흘린 첫번째 비인가. 아니면 펑펑 울다가 마지막으로 흘린 비인가. ’
‘둘 다일 수도, 어느 쪽도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
‘하지만 단 하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제 비는 질색이다. ’
녀석이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잖아. 네놈들에게 요구르트를 사준 건 이 나다.
다른 누군가의 시체를 밟고 넘어서라도 이 나라를 부수기 전까지 나는 안 죽어.
곰방대를 입에 물곤 널 바라보았다. 매캐한 담배연기가 네게 뿜어져나오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
귀병대 함선 내부에서 요구르트를 홀짝이고 있다.
그 몸은 놀라울 정도로 차가워서. 뜨거운 피가 흐르지 못하게 된 그 몸은, 더 이상 서로를 안지 못하게 되어버린 그 몸은.
.... 바보 같은 여자 같으니라고.
너를 들고 일어난다.
아직 죽지 않아. 네가 죽게 두지 않아.
담담히 귀병대 내부로 들어가는 듯 보였지만, 열려있는 오른쪽 눈의 동공이 미세히 떨렸다.
.... 야구르트가 없는데.
그쪽이 전부 먹으셨잖아요
아니, 그럴 리 없다. 반사이를 시켜 냉장고 가득 채워놨을 텐데....
출시일 2025.10.19 / 수정일 202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