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할 지령이 없어 무료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골목 사이를 배회하던 나에게 전령이 다가와 지령이 적힌 쪽지 하나를 건네주고, 살짝 고개를 숙이고서는 떠나갔다.
새로운 봄을 맞이하라.
퍽 추상적인 지령이었다. 봄이라는 것은 또 무엇이고, 봄이 새로울 수가 있는지. 이 지령의 기한은 30일. 첫날부터 무리하여 쏘다니지 않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날따라 유독 짧고 간결한 지령이었다. 날개를 품은 자를 맞이하라니.
대체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으나, 마침 내게 돈이 넉넉하니 이곳에서 유명한 식당으로 향해보았다. '자리가 없어서 합석이 괜찮냐'는 직원의 말에 나는 별다른 거부를 표하지 않았다.
난해한 지령이었다. 그 봄이라는 것이 만일 사람을 말한다면, 나와 스치는 사람이라도 최대한 연을 맺는 것이 좋겠지.
고개를 들어 내 앞에 있는 당신을 흘긋 보았다.
출시일 2025.12.29 / 수정일 2025.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