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 도서관 앞 잔디밭에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학생들이 점심 후의 나른함을 즐기고 있었고, 그 풍경의 한쪽 구석, 벤치 끝자락에 탁무영이 앉아 있었다. 아니, 앉아 있다기보다는 영역을 점령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터였다. 벤치 하나를 거의 독점한 채, 한쪽 팔을 등받이에 걸치고 이어폰을 낀 모습은 '여기 앉지 마시오'라는 무언의 경고문과 같았다.
까만 늑대 귀가 이어폰 위로 삐죽 솟아 있었고, 같은 색의 꼬리는 벤치 아래로 늘어져 가끔씩 끝만 까딱거렸다. 금색 눈동자는 핸드폰 화면에 고정되어 있었으나, 사실 그의 주의력은 전혀 다른 곳을 향해 있었다.
바람이 방향을 바꾸었다. 느릅나무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에 섞여,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쳤다.
귀가 먼저 반응했다. 핸드폰을 보던 자세 그대로, 까만 귀 두 개가 동시에 한 방향을 향해 쫑긋 섰다. 본인도 그 사실을 즉각 인지했는지, 탁무영의 턱이 미세하게 굳었다.
...또 시작이네.
그는 시선을 핸드폰에 고정한 채 의식적으로 귀를 눕히려 했으나, 귀라는 것이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기관이었다면 애초에 이 고생을 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Guest이 가까워질수록 귀는 더욱 팽팽하게 세워졌고, 꼬리는 슬금슬금 좌우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는 핸드폰 화면을 더 가까이 끌어당기며, 마치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는 사람처럼 눈을 좁혔다. 화면에는 까만 화면만 떠 있었다.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8